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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감정을 알고 싶다면 질문을 하세요

어렸을 때 거짓말을 많이 했다. 치밀하지 못했던 어린 나의 거짓말은 금방 들켰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못된 짓만 익힌 아이가 되었으며, 피노키오 얘기를 수백번도  들어야 했다.

어렸을  소리지르며 대들었다. 뭐, 어렸을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고 나면 난 항상 버리장머리 없는 호로자식 취급을 받곤 했다.  

그때는 내가 정말 나쁜 아이인  알았다. 내가 정말 세상에서 극악한 사람인  알았다. 그렇다 보니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 살았다. 30대 중반까지도 그랬다. 때로는 장남이란 이유로, 때론 그저 부모님이 원하시는 모습에 미치지 못했단 이유로  죄인이 되었고, 그때마다   자신을 갉아먹어야만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단 이유로  신뢰받지 못하는 아이가 되었고, 쉽게 판단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거짓말을  이유를,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동생은  잘못을 했고, 들통날게 뻔한 거짓말을 끝까지 했다. 사실이 밝혀진 후엔 나도 동생에게 분노했고, 동생에게 해선 안될 행동을 했다.  지금도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않고,  죄책감 때문에 동생이 잘못하거나 짜증나게 해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

무서워서, 혼나는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다. 항상 크게 혼나니까,   또래들이 많이 그랬겠지만 체벌이 두려워서 어떻게든 그걸 피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 실망시켜드릴까  거짓말을 했다. 내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혼나는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다. 

내가 어렸을  질렀던 소리들은 '나 힘들어!'란 외침이자 '그건  잘못이 아니야!'란 항변이었다. 내가 살고 싶어서, 내가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어느 순간서부턴가는 '난 그렇게 나쁜 아이아 아니야!'란 의미로 소리를 지르고, 그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탓은 아니라고,  그래서 그런 것을 한게 아닌데 내게 뒤집어 씌우고 마음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나만 경험한 것이겠나. 아들과 아버지가 연을 끊은 경우도, 결혼하고 나서 본인 친부모님 댁에는 가지 않는 사람들도,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가정에서만 그럴까. 회사에서는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밖으로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들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아랫사람'이란 이유 때문에. 

"왜 그랬어?"라고 물어봐 줬으면 어땠을까? 내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줬으면 어땠을까? 일단 믿어봐줬다면 어땠을까?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얘기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아니, 그런 것들은 사실 어때도 좋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으니까. 그냥 일어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번이라도 미안하다고 해줄 수는 없을까? 학폭이 문제되는 것도, 위안부가 문제되는 것도  진심어린 '미안하다'는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사람들의 미안하단 말엔   '그런데'가 붙으면서 '너는  잘했냐'는 말이 붙는걸까? 그건 결국 미안하지 않단 말이 아닌가? 

상대가 이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거나 판단이나 평가를 해야 한다면, 판단하고 평가하고 예단하기 전에 질문을 먼저 하는  어떨까?  그랬냐고, 어떤 이유가 있냐고. 아이라고, 어리다고, 직위가 낮다고 무시하고 임의로 평가하고 판단하기 전에 먼저  사람의 말을 존중하고 들어줄  있다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단 것을 전제하고 다른 사람들을 대해   있다면, 우리 모두 조금  행복할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거나 이해가 된다고 해서 용납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거나 이해가 된다고 해서 그냥 잊혀지는 것도 아니며. 시간이 지나거나 이해가 된다고 해서 그냥 용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용납과 용서는 강요되거나 강제될 것이 아니라, 용납과 용서할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야 일어날  있는 일이다. 

너무, 화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