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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클럽하우스 2주 사용기

"그래서 초반보다 다양해졌단 느낌이 드는구나..."

사용한 지 2주나 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방은 저녁에 방 5-6개가 열리는 게 전부였는데 어느 순간 스크롤을 끊임없이 해야 할 정도로 열리는 것을 보고 '뭐지? 왜지?' 했는데, 2주 사이에 한국 사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듯하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도 많고, 심지어 클럽하우스 안에서도 클럽하우스의 효용성에 대해 토론하는 방이 만들어진 것을 보고 리뷰 아닌 리뷰를 써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클럽하우스'가 초대장을 통한 가입이라는 이유로 끼리끼리 논다던지, 우월감을 갖게 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가진 언론보도도 있는 듯하고, 최근에는 한 배우도 그에 대해 비판을 한 것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물론,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본인이 '클럽하우스'를 쓰게 되었다고 '인싸'가 되었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그 안에서도 서로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들, 자신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을 늘려서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맞팔하는 방을 만들 정도니까. 

그런데 '클럽하우스'의 초대장 제도의 본질은 [하이클래스] [인싸] [끼리끼리]가 아니라 "책임"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하게 하고, 시스템상 한 사람이 하나의 계정만 사용하게 할 뿐 아니라 실명을 사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실명제를 유지한다. 물론, 이름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완전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중에 어느 정도 열린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누가 봐도 이름이 아닌 말로 써놓음으로 인해 강제 탈퇴를 당했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을 통해 가입시키고 누가 누구를 가입시켰는지를 기록함으로써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으면, 악플과 같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로를 열어놓고 있다. 실제로 내가 가입할 때는 없었던 신고하기 기능이 최근에 추가되었다.. 

초대장 제도가 극소수의 특권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님은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초대장에서도 드러난다. 나 같은 경우 가입할 때 2장, 일주일 사용하니 3장, 2주 차가 되니 3장이 다시 주어졌다. 그리고 '클럽하우스'는 가입신청을 하고 waiting list에 자신의 이름을 놓으면 내 연락처를 갖고 있는 지인들에게 '가입 승인'을 하겠냐는 메시지가 뜨고, 그 사람이 승인을 하면 추천장을 사용하지 않고 가입을 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가입을 승인한 사람이 마찬가지로 기록에 남는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를 승인하는 게 조심스러워져서 아주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은 선뜻 승인하지 못하게 되었다. 극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면 가입절차를 이렇게 운영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SNS들이 그렇듯 '클럽하우스'에도 당연히 단점이 있다. '클럽하우스'를 자기 홍보수단으로 보는 사람들, 자신이 뭔가가 된 줄 아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말을 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말하고 듣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플랫폼에서도 '유명한 사람' , 정확히 말하면 진행자에 해당하는 모더레이터가 좋아하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집중되는 경향도 많은 클럽들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문제가 될만한 발언은 아니지만 진행자들이 불편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잘라버리거나 내려버리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그뿐인가? 서로 얼평 하는 방, 아무 말하지 않는 방, 성차별적인 발언하는 사람들이 집중되어 있는 방 등 개인적으로는 앱의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방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서비스든지 문제점들만 보고 있으면 그 끝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클럽하우스'는 우리 사회에 훨씬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 가장 큰 순기능은 사람들이 토론하는데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단 것이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방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리스터', 즉 청취자가 된다. 그러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고 진행자가 승인을 하면 '스피커'로 올라올 수 있게 된다. 진행자인 모더레이터는 당연히 스피커를 스피커 리스트에서 내려보낼 수도 있다. 이처럼 모데레이터들이 말하는 사람을 제한할 수 있고, 신고 기능도 있기 때문에 '클럽하우스'에서는 말하러 올라온 사람들이 아무래도 막말을 하기엔 부담이 있는 플랫폼이다. 그렇다 보니 방 분위기에 따라서 서로 자유롭게 티키타카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토론이 필요한 방에서는 진지하고 의미 있는 대화가 주로 오간다. 

'클럽하우스'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강연과 수다를 결합시킨 형태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갖는다. 강연이나 세미나에서는 보통 선택된 발표자와 질문자들의 대화만 듣다 끝나게 되는데, 시간제한이 없고 누구나 질문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의 특성상 잘 운영되는 방에서는 굉장히 다양하고 입체적인 대화들이 오간다.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토론은 정혜승 님과 채이배 님이 진행한 [공매도]에 대한 토론이었다. 그 방에는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이 손을 들고 올라와서 의견을 제시했고, 일반투자자들도 올라와서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많이 제공했다. 이 외에도 작은 브랜드 운영 노하우, 스타트업 라이프 등에 대한 방들이 의미 있고, 진지하게 진행되는 것을 엿들은(?) 경험이 있다. 

초반에는, 아니 지금도 뭔가 셀럽들을 따라다니면서 듣는 문화가,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 그런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셀럽들이 주도하는 방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의 경우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고, 셀럽들이 자신이 떠들기만 하는 방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의 팬들의 입장에선 그 사람이 나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심지어 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험은 엄청나겠지만 그건 한두 번에 그칠 것이다. 인간은, 쉽게 적응하는 존재니까. 

물론, '클럽하우스'에서도 눈에 띄는 셀럽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스타로써의 입지를 어떻게 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본인이 다르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방에 참여한 n명 중 한 명으로 있는 사람들이었다. 노홍철 씨가 진행한 방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조로 주제가 잡혔었고, 다른 사람들과 흔쾌히 반말하는 방에 참여해서 n명 중 한 명으로 참여하면서 적당히 말하고 적당히 듣는 셀럽들도 많이 있다. 특히 자신이 전문성이 있는 영역에서. 

마지막으로 '클럽하우스'는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거리와 무관하게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진 플랫폼이다. 사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으로만 상대를 인식할 수 있어서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가까워지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interactive 하지만 서로 얼굴은 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도 적어서 접점이 생길 수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하고 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는 나쁘지 않은 플랫폼이다. 

혹자는 그게 결국 인맥을 확장하려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얼굴은 보지 않고 대화만 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단순히 인맥을 넓히려는 사람과 진정성 있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화 중에 어느 정도는 필터링이 되는 것을 느꼈다. 업계에 일하지 않는 내게도 느껴질 정도니 그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겐 더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사람의 성향은 말에서 생각보다 많이 드러나고, 그런 면에서 '클럽하우스'는 굉장히 무서운 플랫폼일 수 있다.

사실 '클럽하우스'의 팔로우 개념은 그런 점에서 다른 SNS들과는 조금 다르다. '클럽하우스'에서 팔로우는 실시간으로 상대가 온라인에 접속해 있을 때 상대가 어떤 방에 들어가 있는지를 볼 수 있고, 상대가 방을 열면 알림이 가기 때문에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주도하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팬'의 개념과 다른 점이 있다. 그리고 플랫폼의 특성상 팔로우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가 있는 대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을 팔로우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보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팔로우하는 사람을 셀럽으로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나는 생각한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라디오 진행하듯이 정기적으로 방을 여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고, 그 사람을 팔로우하면 그 사람이 방을 여는 시간을 공지하면 그 시간을 캘린더에 표시할 수도 있다. 또 벌써 광고를 유치해서 중간에 특정 시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방도 있다 (휴대폰 마이크에 스피커를 대고, 음성광고 파일을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그런 변화들을 보면서 이 플랫폼이 어떻게 진화, 발전할지가 궁금해진다. 

자신을 어느 정도 자제할 수 있다면, 잘만 사용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악플러와 같은 사람들을 필터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물론, 적응할 때까지 어느 정도 수준의 중독은 각오해야 한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흥미로운 대화가 오가는 방에서는 듣고만 있어도 1-2시간이 그냥 지나가 있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방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곤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