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접하는 말이다. '나도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는 말.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 사람이 프리랜서의 현실을 알고나 하는 소리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연예계 전체에서 한 시기에 각 직역당 많이 잡아야 20명 전후 밖에 안되는 편당 1-2억씩 받는 사람들을 보고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것과 같은 생각이다. 프리랜서를 하면 뭔가 자유롭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시간도 많을 뿐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것이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프리랜서의 삶은 절대 그렇지 않다.
프리랜서는 한 영역에서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페이도, 시간도 상관하지 않고 일단 일을 받아야 한다. 그걸 하는 것이 스펙이 되고, 스펙이 많고 좋아야 내가 그 영역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내가 전문가로 인정받아야만 일하는 건당 단가가 높아지고 일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게 하루, 이틀 해서 되는 일은 아니고 최소 3년 이상은 해야 하는데, 업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지간한 업계에서는 이미 그 정도 스펙이 되는 사람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있기 때문에 그런 스펙을 갖췄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프리랜서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일이 들어오지 않는 백수가 될 수도 있다. 그게 프리랜서의 현실이다.
그리고 사실 프리랜서 자체가 목표인 건 말이 좀 이상하다. 그건 마치 나는 그냥 회사원이 되고 싶다거나, 사업가가 되고 싶단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게 해서 회사원이 된 사람들이 행복한가? 그런 마인드로 사업을 해서 성공한 사람이 있나? 없다. 그건 사람마다 자신의 성향과 관심이 있는데 그에 대한 고민 없이 들어가게 되면 그 안에서 오는 부가적인 힘듦들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회사가 어디있고, 하루 아침에 크는 사업이 어디에 있나? 그 과정을 버텨내는 힘이 사람들에겐 필요한데,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만 목표를 세운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 못했던 힘듦들을 맞이하면 곧바로 KO가 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가 되는 것은 목표가 아닌 과정이어야 한다. '나는 어쩌다 박사가 되었나?'에서도 썼지만 사실 프리랜서의 끝은 사업일 수밖에 없다. 규모와 무관하게. 가장 전형적인 프리랜서인 연예인들을 생각해 보자. 배우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매니저, 의상 담당, 메이크업 담당이 있고 조금 심한 배우들은 심지어 본인 대역과 작가를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그들은 엄연히 말하면 개인이 프리랜서인게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한 회사를 만들어서 자신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다른 프리랜서들도 일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들어오면 그걸 본인이 하는게 아니라 함께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그걸 다 감당할 수 있고, 그 시스템이 결국 회사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되는 것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것으로 내가 단기적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내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일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그 시장이 크거나 커질 가능성이 있을 때' 그 영역으로 뛰어드는게 맞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프리랜서의 삶은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기에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랜서가 목표라는 말, 그렇게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삶을 낭만적으로만 들으면 힘들게 사는 프리랜서들 짜증날 수도 있다. 내가 부럽다며 본인도 프리랜서를 하고 싶단 말을 여러 번 들은 후에 조금이라고 하기엔 많이, 많이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횟수만큼 들었는데 그때마다 느낀 당혹스러움은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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