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과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역시 입금일에 굉장히 행복하다. 특히 뭔가 정신없이 하고 있던 중에 휴대폰 알림에 입금된 사실이 뜨면 들게 되는 안도감과 행복감은 꽤나 크다. 이는 회사원들과 달리 프리랜서는 수입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큰 기업과 계약한 것이 아니라면 실제로 입금이 될 때까지는 '문제없겠지?'란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행복감이 회사원으로 월급을 받을 때보다 유달리 더 큰 것은 아니다. 그런 행복감은 오히려 잠시 생겼다가 '야... 근데 내 회사 동기들 받는 연봉 생각하면 이 금액이...'라는 생각과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꽤나 빨리 사그라든다. 그래서 프리랜서에게 입금이 주는 행복이 엄청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내게 정말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고, 집에서 나가기 싫거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을 때 침대에 더 누워있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과 행복감은 오롯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사치다. 물론, 내가 프리랜서라고 해도 오전에 회의가 잡히면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프리랜서와의 회의를 오전에 잡는 경우는 거의 없고, 더군다나 프리랜서들끼리 일하는 경우에 회의는 심야에 잡히면 잡혔지 오전에 잡히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물다.
그렇다 보니 정말 일어나기 싫거나 몸이 정말 안 좋을 때 잠시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그 시간은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게 다가온다. 내가 만약 회사원이었다면 만원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껴서, 성추행한다고 오해받지 않기 위해 손을 몸 앞에 모으거나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주위에 주로 남자들이 서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남자들의 땀냄새가 진동하면 또 짜증을 내면서 출근 중이었을 시간에 난 마음 편하게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으니, 그만한 여유와 행복이 또 있을까? 그런 여유야 말로 진정한 소확행이 아닐까?
물론 그렇게 고요한 아침을 깨우는 문자나 전화가 올 때도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문자나 전화가 왔다고 해서 곧바로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선후배들이 같은 공간에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가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회사원과 달리 프리랜서는 자신만의 공간에 있기 때문에 의뢰인은 내가 뭘 하고 있는 지를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일이 하고 싶지 않거나 몸이 너무 안 좋을 때는 전화나 문자를 받고 나서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프리랜서가 납기일을 지키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오전에 그렇게 잠시 늘어져 있으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게으르고 싶을 때 게으를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일이 더 잘 될 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야 말로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계속 프리랜서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건 그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자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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