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프리랜서를 분명 행복하게 해 준다. 그리고 프리랜서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조직에 구속되어 있지 않고, 혼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프리랜서의 '자유'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의 특성이 프리랜서를 때로는 극단적으로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을 많이 해야 해서 힘들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프리랜서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프리랜서가 아니라 회사로 넘어간다. 그리고 어쨌든 프리랜서로 돈을 벌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일을 독립적으로 수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된단 것을 의미하기에 일 자체가 프리랜서에게 큰 부담을 준다고 할 수는 없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런 부담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런 부담은 회사원에게도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이 '프리랜서만의 부담'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프리랜서를 그렇게 힘들게 하냐고? 그건 프리랜서는 '항상' 혼자라는 사실이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는 입을 단 한 번도 열지 않는 날도 꽤나 많을 정도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일과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다 보니 사실 그런 종류의 말 또는 대화를 한 것이 프리랜서에게 정서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프리랜서들도 지인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을 때도 있다. 내가 점심때 그들 회사로 찾아가면 되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예전부터 친했던 사람들과도 점점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회사원과 프리랜서는 업무 하는 환경이 완전히 다르고, 그에 따라 관심사도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차이는 두 사람의 사고체계에도 차이를 만들더라.
회사원들을 만나면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회사 내부에서 직장 상사에 대한 불평, 후배들의 개념 없음, 본인이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정도다. 그런데 사실 프리랜서들은 그런 대화들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런 대화에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한다. 이는 프리랜서에겐 상사도, 후배도 없을 뿐 아니라 미래는 물론이고 현재의 예측 가능성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리랜서들은 짜증 나는 의뢰인,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안정성이 담보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서 주로 얘기하게 되는데 사실 회사원들은 이런 주제에 공감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나마 미혼인 회사원 친구와 만나면 결혼의 어려움에 대한 대화라도 나눌 수 있지만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친구와 만나면 모든 대화가 아이, 배우자와 결혼하지 말라는 말로 채워지다 보니 그 만남과 대화가 계속 겉돌게 되더라.
회사에 다닐 때는 욕을 해도 같이 공감하면서 욕할 대상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배에 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대화가, 같이 공감하고 걱정할 요소가 있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몰랐는데,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꽤나 필요하고 중요한 경험이더라.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들은 자연스럽게 프리랜서들끼리 카톡 등을 통해 연락을 더 자주 하게 된다. 서로 친하지 않은 여자 동기들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면 엄청 가까워지듯이, 서로 친하지 않았던 프리랜서 지인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을 주고받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 이는 업종이 다르더라도 프리랜서들이 공유하는 어려움, 불안함, 짜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관계에서도 일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못한다. 이는 업종에 따라 프리랜서가 경험하는 현실이 완전히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디테일을 공유한다고 해도 그에 대해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 사실 다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프리랜서들은 보통 자신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불만도 생각보다 적다. 하지만 하루, 하루를 오롯이 혼자 살아내야 하는 그 외로움의 무게는 꽤나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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