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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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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결혼할 사람에 대하여 어머니 아버지께서 내년에는 지방으로 내려가 사시겠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 신청하러 내려가셨다. 그리고 같은 날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내가 물리적으로 업은 적이 있는 동생이 휴가를 유럽으로 떠났다. 나 혼자 아무 일 없이 서울에 있는 그날. 이상하게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신경 쓰였다. 나보다 운전을 훨씬 오래 하셨고 잘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녀오신다는데, 두 분이 지금까지 우리 가정을 끌어오셨는데 뭐가, 그리고 왜 그렇게 신경 쓰였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면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게 맞는 듯하다며 혼자 살 집을 찾아다니던 난 왜 두 분이 따로 사시는 것이 걱정이 되는 걸까? 거기에 나보다 키도 크고, 연봉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되며 영어도 편하게 쓰는 다 큰 동생은 또..
'결혼해라'는 말이 소용 없는 이유 30대 후반에 실제 상황은 둘째 치더라도 그냥 겉으로 보이는 스펙은 멀쩡한 남자는 주위에서 '결혼할만한 사람을 만나라'라던지 '연애하라' 또는 '네가 너무 눈이 높은 것 아니냐'는 말을 밥 먹는 횟수만큼은 듣는 느낌이다. 끼니를 거르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0대 초중반까지는 그런 얘기에 짜증이 났고, 중반에는 귀찮아졌으며, 중후반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후반이 되니 반대로 '저 쓸데없는 소리를 뭐하러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아무리 얘기해도 의미가 없을 말을 하는데 왜 시간, 에너지, 말을 낭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주위에서 그렇게까지 말을 안 하면 생각이 없어질까 봐 그런다고. 그런데 그 생각 자체가 모순인 것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남녀를 불문하고 싱글들은..
가족의 의미 부모님이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버둥거리며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커지면서 칭찬은커녕 채찍질만 하시는 듯한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왜 어머니, 아버지는 말을 이렇게 못해주시느냐며, 왜 내게 그러서야 하냐며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그 맥락이 아니지 않냐고 대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 가정을 아직 꾸리지는 못했지만. 내가 속한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남편, 아빠라는 호칭은 아직 없고 아들로서의 지위만 존재하지만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그러시게 되는 것들이 보이고 이제는 그분들이 말로 하지 않으셔도 그 마음이 보인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렇게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던 가족이, 표현은 못하지만 항상 그리움의 대..
가정을 꾸리고 싶은 이유 서른 전에는 갈 줄 알았지 어렸을 때 나는 30이 되면 당연히 결혼을 했을 줄 알았다. 어머니께서 아들이 30이 넘도록 결혼을 못하고 있을지 모르셨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30대 초반을 한참 전에 넘어서 이미 중반에 온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결혼'이라는 말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결혼이라는 단어는 물리적으로 식장에 들어갔다 나오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보통 의미하는데 결혼이라는 것 이후에 "가정"이라는 커다란 존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서른 즈음에야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서른에 결혼을 했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주위에서 사람들은 보통 결혼식 준비와 예물, 집은 누가 하며 어떤 예식장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 친구들과의 대화 아버지께서는 무역회사에 다니셨고, 그 때문에 나는 국내와 외국을 어린 시절에 많이 오가면서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고등학교만큼은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며 나를 한국으로 혼자 돌려보내셨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어차피 한국 사람이고 결국은 한국에서 살아야 할 것인데 고등학교 친구들이 평생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고, 한 학년에 2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학교를 다녔기에 우리 동기들은 서로의 근황을 은근히 계속해서 전해 들으며,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친구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얘기였다. 지금 나와 친한 동기들은 거의 결혼을 했는데, 이들이 결혼한 후에는 사실 서로 자주 보지도 못하지만 만나더라도 대..
가정과 결혼의 손익계산서 1 가정은 왜 생겨났을까? 나는 무엇을 하든지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back to the basic이라는 너무나도 흔한 명제를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기본을 좋아하고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는 고민하는 대상의 핵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혼의 문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결혼'을 얘기하고 결혼을 빨리하라고 하지만 사실 결혼을 한다는 것의 본래 의미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기에 나는 결혼의 문제를 생각할 때는 항상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과 단순히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고의 틀을 ..
내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 연애와 결혼에 대한 글을 오래 써왔다 블로그에 내가 옮기고 있는 글들은 내가 브런치에서 3년 정도 꾸준히 써온 글들이다. 브런치에서 쓰는 글의 색을 바꾸면서 글을 다른 매체에 옮기고 있다. 브런치에서는 '사랑학개론'이란 매거진으로 처음 연애와 결혼과 사랑에 대한 글을 썼었다. 매거진 이름은 그 이후에 바꿨지만. 사실 내가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많은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브런치에서 내 글의 주된 주제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것이 될 줄도 몰랐다. 매거진 제목에서 보여지지만 사실은 '사랑'에 대해서 쓰고 싶었고,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많은 가정이 깨어져 있는 현대사회에서 진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연애와 가정을 꾸린 이후에 부부생활이라고 생각했기에..
결혼의 손익계산서 1 가정은 왜 생겨났을까? 나는 무엇을 하든지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back to the basic이라는 너무나도 흔한 명제를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기본을 좋아하고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는 고민하는 대상의 핵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혼의 문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결혼'을 얘기하고 결혼을 빨리하라고 하지만 사실 결혼을 한다는 것의 본래 의미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기에 나는 결혼의 문제를 생각할 때는 항상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과 단순히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고의 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