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지난 얼마 간 참 열심히 노력했다. 소개도 많이 받았고,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말이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 사람들과는 한 번 만나고 나서 다시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몇 번을 더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더 만날 것인지에 대해서 항상 망설이게 했던 것은,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 언제부터 '연인'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사실 소개팅계(?)에는 암묵적으로 원칙 아닌 원칙이 있다고들 한다. 3번 만나고, 다시 연락하고 보면 실질적으로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이라는 원칙이 말이다. 사실 어렸을 때는 그게 이해가 안 되었다. '어떻게 3번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마음이 생긴단 말인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정말, 정말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경험을 해보니 그랬다. 소개팅을 해서 상호 간에 자신에 대해서 말로 설명할 '꺼리'가 있는 건 평균적으로 두 번까지 만났을 때인 듯하다. 서로 정말 잘 통한다면 세 번 정도. 그 이후에는 사실 말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설명할 내용도 없고, 자신의 경험을 그 이상 일방적으로 나열하면서 설명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세 번째 정도 만나면 두 사람은 보통 자신의 일상을 상대에게 공유하기 시작한다. 아 물론, 밥 먹으면서 짧게 대화를 하고 나서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는 영화 관람 등을 한 게 중간에 낀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그렇게 일상을 상대에게 공유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이미 자신의 삶을 상대에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시점에서는 사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나자고 해서 '연인'이라는 틀 안에 들어갔는지와는 무관하게 두 사람은 이미 상대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다. 물론 그렇게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디테일한 것들을 알아가게 된다. 말투, 습관 등에 대한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소개팅을 한 이후에도 그렇게 애매한 관계로 5번, 6번을 만나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보고는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나 해답이 존재하는 문제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렇게 만나는 상황에서는 사실 두 사람 안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단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어느 정도 이상 있는데 안 지도 얼마 안 되었고, 몇 번 보지도 않아서 연인이 되는 것이 망설여지는 경우다. 두 번째는 상대방이 괜찮은 면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망설여지게 하는 부분도 공존하는 경우다.
난 개인적으로 전자의 경우 일단 서로의 관계를 공식화하고 다른 서로에게만 집중하기로 약속을 하는, 즉 연인이라는 관계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후자의 경우 그만 만나는 것이 서로를 위해 맞다고 생각한다. 이는 두 경우 모두 마음보다는 머리로 인해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두 사람이 몇 번을 봤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얼굴을 처음 본 지 2달 만에 결혼식을 올려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들도, 10년 연애하고 나서 1년 만에 이혼한 이들도 있다는 것이 그걸 증명하지 않나?
물론 더 자주 봐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건 연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되는 과정이다. 30년을 같이 산 부부도 서로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면을 발견하는데 어떻게 모든 것을 알고 연애를 시작하겠나? '연인'이라는 틀에 들어감으로써 그 틀이 상대방에게서 새로운 면을 끄집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이 있다면 두 사람이 그 틀 안에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더 빨리, 잘 알아가는 방법이라고 난 생각한다.
반면에 만약 상대에 대해서 내가 괜찮다고 '판단'하는 면도 있지만 망설이게 되는 면도 있는 상황이라면, 그 관계는 사실 많은 경우에 그 망설이게 되는 이유로 인해 결국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물론, 두 사람이 더 만나고 알아가게 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면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라 함은 상대가 반복적으로 보이는 행동이거나, 본인의 경험상 본인이 감당하지 못했던 면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본인의 해석으로 인해 애매한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연애라는 것이 참 어렵다. 특히 소개팅으로 누구를 만난단 것은 더 어렵다. 이는 특히 사람들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이 빨리 생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 소개팅으로 두 사람이 연인이 되어서 오래 만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또 그래서 소개팅으로 만나서 언제 '연인'이라는 틀에 들어갈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분명한 것은 그 관계는 두 사람이 모두 그 틀로 들어가는데 망설임이나 마음의 '큰' 불편함이 없을 때 들어가져야 한단 것이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나 불편함은 사실 누구나 갖고 있기에...)
다만 그때도 우리는 누군가를 완벽하게 알고 연애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연인이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모험과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이고, 그 불확실성이 연인이 되기 전에 더 많이 본다고 해서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본인을 한번 믿어보자. 이번에 실수를 했다면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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