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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페미' 논란에 부쳐

이 글은 양국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해서 숏컷과 SNS내 일부 워딩만을 근거로 '페미', 조금 더 정확히로는 '꼴페미'가 아니냐며 비난한 몰상식한 행각을 보인 사람들에 대한 내용 때문에 쓰는 글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 이슈 자체에 집중하거나 그에 대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는 그런 시선들에 대해 그런 에너지를 쓰는 것은 나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이며, 그럴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올림픽 경기들만 봐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들 중 상당수가 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숏컷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사실 인스타만 들어가 봐도 안산 선수가 숏컷만 하지 않았고 머리가 길었단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트집잡는 표현들이 특정 커뮤니티에서 어떤 논란이 있는지도 난 모르지만 그 정도 표현은 특정 커뮤니티 사용자가 아니어도 사용하 수 있을 듯하고, 본인이 직접 입 밖으로 문제가 될만한 발언을 한게 아니라면 난 누구도 특정한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몰림 당해서는 안된다. 그 이슈는 그냥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 글을 길게 쓰고 싶지 않은 건 그렇게 몰상식하게 반응하고, 그런 글이나 흔적까지 남긴 이들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그런 내용을 퍼나른 기자들이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것들에 집착하며 지적하는 사람들은 원래 있어 왔다. 남자들 뿐 아니라 여자들 중에서도 작은 것들을 침소봉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그냥 디폴트로, 주어진 것으로 전제해야 한다. 그렇다면 더 문제는 자신들끼리 있는 커뮤니티에서, 뒷방에서 북적거리던 얘기를 기사화하고 퍼나른 기자들이 아닐까? 기자라면, 자신의 글을 포털 메인에 뜨게 하는게 목표라면 자신이 퍼다나른 내용이 어떤 후폭풍이 있는지는 최소한 생각해 보고 써야 하는게 아닐까? 그 내용을 초기에 퍼다 나른 기자들이야말로 '기레기'가 아닐까?

여튼, 이 문제는 여기에서 정리하고.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페미' 논란에 대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생각을 이번 일을 계기로 써보려 한다. 우선 '페미'란 표현 자체가 사실 개인적으로는 불편하다. 이는 페미니스트를 폄하하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 표현이 불편한 건 내가 그 '페미'이기 때문에 그런거냐고? 글쎄. 누구도 내게 대놓고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까?' 라고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 질문에 난 단순하게 '네'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진 못할 듯하고, 누군가 내게 '페미니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그에 대해서도 짧은 대답은 못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진짜' 페미니스트는 '성평등주의자'이자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페미니스트가 그런 사람들이라면, 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겠다. 하지만 내가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분류하거나 부르지 않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스트'는 실질적으로 '여성우월주의자'의 의미로 사용될 뿐 아니라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벌려 놓은 판'에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 문제에 깊게 들어가기 전에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자.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평등한가? 여성은 여전히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는가? 난 그렇다고, 정확히 말하면 '그런 부분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이고 군대식인 문화에 의해서 피해를 받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한 조치들은 이뤄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차별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하지 못하겠다. 이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여성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되는 사례들 중에 공감이 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2-3년 전에 영국의 한 방송국에서 아시아지부장을 담당했던 여성이 같은 직책을 맡고 있는 다른 지역 지부장들보다 현저히 적은, 비슷한 연차의 지부장보다도 현저히 적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건 누가 뭐래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도 해서 남녀 간의 임금 차별이 과연 '성평등'적인 측면에서만 접근되어도 될지에 물음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의 경우 남녀 선수 우승상금이 다른 것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일었었는데, 사실 테니스의 경우 남자 테니스가 여자 테니스보다 인기도 많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가고 싶어하고, 광고도 더 많이 붙는다. 만약 여자 테니스가 인기도 많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가고 싶어하고 광고도 더 많이 붙는데 남자 테니스 선수들의 상금이 더 높다면 그건 성차별이 분명하지만, 지금의 구조에서 장사가 더 잘 되는, 돈이 더 많이 되는 종목에 상금이 더 큰게 과연 성차별일까? 

배우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역과 국가불문 남자배우들의 몸값이 여자배우들의 몸값보다 높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남자보단 여자들이 더 많이 보고, 남자배우를 열혈히 지지하고 따라 다니는 팬들은 있지만 여자배우들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팬질'을 하는 사람들은 적다 보니 '사람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고 생각하면 그 차이는 성별의 차이만으로 설명하기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시장 가치대로 몸값을 책정해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처럼 '남녀평등'의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나도 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평등'은 법학에서도 가장 다루기가 어려운 주제일 정도로 '평등'은 어떤 경우에도 애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혐적인 입장들은 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금은 글을 모두 비공개했지만 예전에 썼던 '한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라는 시리즈에서 나는 이 뿌리에는 사실 '군복무'의 문제가 있다고 쓴 바 있다. 

한국에서 남자들의 군복무는 남자들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상하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들어 내는데 첫 번째는 '남자만 군대를 가서 남자만 손해본다'는 프레임이다. 젊은 시절, 가장 빛나는 20대 중 1년반에서 2년, 장교인 경우 3년 정도를 의무로 갇혀서 살아야 하는 건, 나도 군복무를 했지만, 곧 민방위고 끝날 나이지만 지금도 그 시기는 아깝고, 그 공백기가 없었다면, 그만큼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예전과 같지 않아짐을 느끼면서 한창 에너지가 넘치고 빠릿빠릿했던 20대에 조금 더 '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주 든다.

두 번째는 '여자들은 군복무도 못하는 주제에'란 이상한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놀라웠는데, 여자도 군복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설문조사에서 남자들 중 상당수가 놀랍게도 '아니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 이유 중 상당수가 '여자들은 군복무 할 능력이 없다'였다고 한다. 이는 놀랍게도 남자만 군복무를 시키는 사회구조가 남자들이 우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단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진짜사나이' 여군특집편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이런 생각을 강화했다고 생각한다. 

이 중에서 후자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케이스이기 때문에 남녀가 모두 의무복무를 함으로써 그들의 생각이 틀렸단 것을 입증하기 전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 볼 지점들이 있다. 

남자들 중에는 왜 본인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길까? 그것도 '젊은 남자'들이. 그 시작점은 분명 남자들만 군복무를 하는 구조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남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진 않는다. 본인이 20대 남자라고 생각해보자.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공고를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에 대해서는 할당제가 명시되어 있는 직역이 있지만 남자들에 대해서는 할당제가 있는 직역이 없단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들의 경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사들의 남녀 성비를 50대50에 가깝게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이미 수 년째 들려오고 남녀 교사의 성비가 사회문제가 된지도 오래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하는데, 대기업 채용 결과 등을 보면 그런 차별이 있다는 게 잘 와닿지 않는 통계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젊은 남자들은 본인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그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성차별이 없을까?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분명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과거의 성차별은 시스템을 통해서 집단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뤄진 반면, 오늘날의 성차별은 집단에 들어온 후에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과 관련하여 대기업 임원 중 여성들의 성비와 같은 통계는 인용하고 싶지 않다. 이는 지금 대기업 임원들은 일부 IT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학번일텐데 그 시기에는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게 당연시 되었기 때문에 취업을 해서 조직에서 일하는 여성의 숫자 자체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그만큼 여성 임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IT기업들 같은 경우 임원들 중 상당수가 공대 출신인데 전국적으로 대부분 공대에는 남자들의 숫자가 월등하게 많기 때문에 IT기업들 임원들 중 남자가 많다하더라도 그건 애초에 풀에 남자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만으로 남녀차별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남녀차별은 분명히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자들끼리 있으면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남자를 뽑는다'는 말은 꽤나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남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여자는 임신하면 휴직해야 하고, 휴가줘야 하고, 주기적으로 예민해지며 그냥 좋은게 좋은 것으로 넘어갈 줄 모른다는 마초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보니 여성들은 보이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 차별들에 노출되어 있고, 그런 마초적인 남자들에 의해서 최소한 성희롱 이상의 성적인 모욕감에 자주 노출되는게 현실이다. 

여기에서 또 문제는 그런 점들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생긴다는데 있다. 성범죄들의 경우 명확한 증거가 없다보니 무고한 남자들을 일단 고소하는 여성들도 생기고, 또 반대로 이 점을 이용해서 성희롱도 없었다거나 성폭행이 아니라 합의된 관계라고 말하는 남자들이 생기면서 남녀 간의 문제는 계속 꼬이는 느낌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남자들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본인이 안전해지기 위해서 여자들을 멀리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직장에서도 여자들보단 남자를 더 선호하고 승진시키는 문화가 강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다 우리나라의 남녀 문제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들이 통계로 드러나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보니 취업하지 않은 20대 남자들이 여자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버티고 있단 것을 모른다는데 있다. 그들은 그들의 문제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또 반대로 여자들의 입장에선 본인들이 일상에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와 차별들이 있다보니 남자들, 특히 젊은 남자들의 관점에서 남녀평등의 문제가 어떻게 보일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은 모두 싸잡아서 하나의 집단으로 폄하하는 여자들도, 조금만 여성에 우호적인 얘기를 하면 '페미'라 부르며 비난하고 물고 뜯는 남자들도 그러한 서로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그러한 행위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적이란 것은 그런 기록을 남긴 것에 대해서 세게, 소송까지 가겠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은 본인의 감정과 불만을 아무 생각 없이 쏟아냈다 보니 그게 본인에게 엄청난 피해로 올 것 같아지는 순간 그 현실이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꼬이고 꼬인 건 누구의 탓일까?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남자' 또는 '여자'로 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답을 요구하고, 답한 것이 우리 사회의 남녀문제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문제를 이렇게 만드는 시발점은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문화이고, 그런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대문화를 그대로 흡수해 버린 남자들이다. [모든 남자]들이 아니라 [그런 풀의 남자들]이 문제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하나, 하나 비판받고 판단하고 사실 모두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런 사람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남녀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남녀가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성대결] 구조를 만들고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여성우월주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여자들이다. 남자들 중 위와 같은 자들이 만들어 낸 구조, 그들이 보이는 행태를 확실하게 처벌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실 남자들도 페미니스트들의 편에 함께 서야 힘을 받는데 여성우월주의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이들은 남자 전체를 적으로 돌림으로써 그렇지 않은 남자들까지 이러한 구조에 침묵하게 만든단 점에서 문제가 있다. 

어떤 영역에서든 현실을 바꾸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정확히 핀포인트 해서 그에 대해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남녀평등주의가 아닌 여성우월주의자들은 감정적으로 남자 전체를 하나의 범죄집단으로 취급함으로써 문제도 희미하게 만들고, 남자 전체를 침묵하거나 적으로 돌림으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들어갈 수도 없게 만든단 점에서 사실은 결과적으로 [안티여성적인 문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 '페미'논란을 일으킨 것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남자들은 가부장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았거나, 여성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이해하거나 인지못하거나 여성우월주의적인 입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의 절반 이상은 남자다. 심지어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들이나 조직의 관리자급에 속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남자다. 이런 구조에서는 남자를 적으로 돌려서는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남녀차별적인 문제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구조를 개선하려면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여성들이 '직접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하지만 사실 남자들을 자신들의 편에 서게 하고, 남녀차별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적인 구조는 남자만 국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구조에서 시작되니 여성들도 공익이나 공공단체에서 근무하는 형태로라도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생각해보자.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승진에 있어서 여성을 차별하지 말라'가 아니라 '육아와 가사는 남녀가 동등하게 담당해야 하는데 남자들의 출산휴가는 커녕 육아휴직도 적극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현행 법제도와 회사들의 지침은 문제가 있으니 남자들에게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반드시 부여하도록 강제해라'라고 요구한다면 어떤가? 남자들도 모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가야만 하는, 갈 수 있는 구조라면 사실 여성들도 가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남녀가 모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가게 되면 회사 내 승진 등에서 여성들이 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그런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일어난다고 해도 사회적 변화는 천천히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을 한다면, 균형을 잡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면 변화는 조금씩, 조금씩 일어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기득권을 가진 가부장적인 남자들은 지금처럼 굴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침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