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사랑

사랑하려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항상, 언제나 그리고 주구장창 주장하는 바이지만 연애할 때는 '[내 눈에] 예쁘거나 잘 생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최근에 굉장히 친한 형과 대화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정말로, 진심으로 외모를 보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들으면 내가 이성의 외모를 엄청나게 따지는 것 같지만 내가 만났던 친구들의 외모를 아는 몇 안 되는 지인들은 다들 하나 같이 '그녀들은 공통점도 없고 못생기지도 않았지만 엄청나게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외모를 갖고 있는데?'라고 답하는 편이다. 그건 일단 첫 번째로 내가 외모를 보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며, 상대의 사람됨에 빠져서 만났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상대의 외모 전체가 아니라 외모 중 일부에 매력을 강하게 느꼈던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 눈에] 아름답고 잘 생긴 사람을 만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이 예쁘다고 인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내 눈에 상대의 외모의 예쁨 또는 아름다움과 덜 그러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언젠가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외모라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고, 이제 결혼을 생각하는 나이에서는 외모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그 친한 형에게 저런 말을 했던 것은 사실 외모적으로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 못할 뿐 너무 좋은 사람인, 어쩌면 완벽하게도 느껴질 정도로 좋은 사람인 친구가 지인 중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외모를 예로 들었지만 어디 외모뿐인가? 집안이, 직장이, 학력이, 배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 안다 하더라도 상대의 그런 것들이 상대에 대해서 내가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정말 그런 것들을 보거나 따지지 않고 사람만 보고 사랑에 빠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성으로는 느껴지지 않고, 에로스적인 사랑의 감정이 생겨나지 않을 때면 누구나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럴 때 어떤 이들은 말한다. '노력'을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랑은 감정의 영역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 물론 어떤 사람을 이성으로 보거나 느끼지 못하다가 그녀 또는 그가 어느 순간 이성으로 보이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어느 순간 찰나에, 그리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쌓여서 일어나는 것이지 상대가 노력함으로 인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참으로 복잡한 것이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사람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수가 없다. 상대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력으로 이성적인 호감을 만들 수는 없단 것이다. 그런 호감을 누르는 것은 오히려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와 연인 간의 관계에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일단 생겨나고 나면 그것을 키우고 가꾸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내가 '사랑하려 노력하지 말아요'라고 하는 것은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거나 그런 감정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처럼 느껴졌을 때도 억지로 사랑하려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지 그 관계에 아무 노력도 하지 말라거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의 불씨가 있다면, 그 불씨는 오히려 두 사람이 사랑하려 노력하기보다 서로와 거리를 뒀을 때 더 잘 드러나고 커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을 피울 때 불씨를 키우려고 부채질을 하거나 바람을 부는 것은 때때로 오히려 그 불씨를 꺼버릴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오히려 주위에서 바람이 영향을 주지 않게 주위를 막아주는 것이 불씨를 살려주기도 한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때때로 사랑하기 위해서 너무 노력함으로 인해 우리의 진정한 감정의 상태를 보지 못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그럴 때는 오히려 감정을 그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다 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도 한다. 물론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하면 상대가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듯한 감정을 느끼거나 상대가 당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으로 쌓아 올린 감정은 내가 노력해야만 하도록 만들었던 요소로 인해서 결국 언젠가는 무너지는 듯하다.

사랑을 머리와 노력이 아닌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사랑은 어쩌면 너무 많은 노력과 생각이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를 위해 사랑하는가?  (0) 2020.01.16
사랑일까? 소유욕일까?  (0) 2020.01.15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  (0) 2019.07.16
사랑은 종합예술이다.  (0) 2019.06.24
사랑이냐 우정이냐  (0) 2019.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