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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사랑

사랑일까? 소유욕일까?

 '이래서 저러는게 아닐까?'라는 정도의 추측은 보통 해내는 편이다. 잘못된 추측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면 대부분 상황들이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살아온 과정, 그리고 그 사람의 가족사 정도를 들으면 '이래서 그러는가보다' 정도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내가 그렇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하나 있다. 그건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선물을 주는 행위다. 만약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친해지기도 하고, 응원하면서 개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서 무엇인가를 주면 그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선물을 주고 본인이 만족하는게 잘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그걸 받은 사람이 그걸 잘 쓴다던지,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걸 좋아하는걸 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런 직접적인 피드백이 없어도 선물을 일방적으로 하는 행위는 내게 여전히 미스테리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행위야 말로 진짜 사랑에서 나타나야 하는 현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줄 수 있어서 좋은 것. 또 그렇게 선물을 하는 팬들은 보통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서 선물을 하지 않나? 정성도 그런 정성이 없을 것이다. 대가를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주고 스스로 좋아하고 행복한 것. 그리고 그것을 고맙게 받고, 잘 쓰는 것을 보면서 행복해 하는 것. 그런 마음, 그런 행동이야 말로 진짜 사랑이 아닐까?

물론 그런 팬들 중에서 조금 더 나가는 사람들이 꼭 있다. '사생팬'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상대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아야 하고, 그 사람이 내 마음에 들게 해야 하는 것. 그건 엄연히 말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고 응원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소유욕'에 가까울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런 사생팬들에 대해 비판하는 진짜 팬들이 보통 더 많다는 것이고, 안타까운 것은 그런 사생팬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사실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연애를 하거나 결혼할 때 그에 반발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소유욕'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인에 대한 감정

그런데 그렇게 연예인에게 선물을 하는 팬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넘기려고 하던 시점에 또 궁금해진게 있었다. 정말 좋은 팬, 순수하게 연예인을 응원하는 팬들은 연인이나 아내, 남편에게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것이 궁금해졌다. 연예인에 빠져서 연인이나 아내, 남편을 방치한다면 그나마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만약 연예인에게는 그러지 않으면서 본인의 연인, 아내나 남편에게 '사생팬'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야 말로 모순된 것이 아닐런지... 본인 옆에 있는 사람은 구속하려고 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알려고 들며, 본인에게 모든 것을 맞추도록 요구한다면, 그건 그 사람을 자신의 물건처럼 소유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이지, 사랑하는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연예인에게는 순수하게 내가 줄 수 있는걸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면서, 본인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되는 것은 연예인은 본인보다 위에 있는 존재로 인지하고, 본인 옆에 있는 사람은 본인 밑에 있는 존재로 인지하는 것은 아닐런지...

사실 연애는, 연인관계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상대에게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닐 것이며, 상대를 통제하고 구속하려는 사람도 모든 순간 동안 다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를 '내 것'으로 구속하고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하는 욕심, 소유욕을 어떤 사람들은 사랑으로 포장하고 착각한다는데 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대가 가장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수반되는 것이 자연스러울텐데, 그렇다면 상대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반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사랑이 어려운 것은 이와 감정들 간의 경계를 무 자르듯이 분명하게 자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를 사랑하듯이, 상대도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듯하면 섭섭한 마음이 들고, 다른 것을 우선시하면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런 감정과 상대를 소유하려는 마음은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완전히, 100% 순수하게 상대가 행복하면 다 괜찮다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건 내가 사랑을 일방적으로 할 뿐이지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보통 그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상대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안타깝게도 세상이 꼭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연인이나 아내, 남편에 대해서 특정한 마음이 들 때 잠시 멈춰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상대를 통제하고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 얘기에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무슨 연애를, 사랑을, 결혼생활을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원래 인생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닌가. 세상 사는데 단순하고 쉬운 일이 하나라도 있던가. 그런데 다른 일은 복잡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남는게 전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태라면, 사랑은 그것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들어도 그것을 상쇄할 것이, 남는 존재가 분명하게 있지 않나. 사랑 그 자체와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까지 말이다.

사랑은, 그래서 해볼만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