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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아둥바둥 난리법석.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받기 위해 우리는 매일매일을 그렇게 살아낸다. 사실 국가라는 것도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었을테다. 산짐승과 힘이 센 이들에게서 스스로를 혼자 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 셋보다는 넷이 모여 있을 때 더 잘 보호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옹기종기 아웅다웅하며 모이던 것이 점차 커져서 국가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노직은 말했고 나 역시 그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 인생을 보면 이것이 뭔가 싶을 때가 많다. 먹고 사는 문제는 사실 다 해결될 정도로 식량이 생산이 되는데, 그 분배는 돈이 도는 곳으로만 돈다. 사실 돈이 도는 곳을 보면 그것이 우리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반면, 돈이 돌지 않는 영역에서는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시하는 것들을 처리해주시는 분들이 너무나도 홀대받고 있지는 않은지... 연예인이, 운동선수가 없다고 해서 우리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지만 거리를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쓰레기를 치워주시는 분들이 일주일만 파업을 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공동체가 정말로 필요하는 것들을 하는 이들은 홀대받고, 돈으로 돈을 먹는 구조에서 사는 사람들은 여유를 만끽한다. 자유주의자이지만 개인들의 의사로 사회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이 갑갑해도 보통 갑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재화가 충분히 생산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물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누군가가 굶는 것을 받아들이겠다. 그런 것도 아나지 않는가? 누군가는 음식을 보관하다 썩어서 버리고, 누군가는 그 음식이 없어서 굶다가 세상에서 또 그렇게 버려지는 세상.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디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것일까? 이걸 돌릴 길은 없을까? 오늘도 가진 것 없는 대학원생은 책상에 앉아 이런 고민을 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글을 끄적인다. 혹시나 나 역시 세상을 바꾸고는 싶지만 더러운 것은 손에 묻히고 싶지 않아했던 지식인이라는 탈을 쓴 자는 아니었던가. 결국 그들과 내가 다른 것은 없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참 세상에 미안하고, 미안하다. 이제는 그 진 빚들을 갚아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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