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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인생길에 대한 생각

인생길도 걸어가다 보면 막힐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보며 살아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막다른 길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내 앞에 있는 벽을 넘어가기 위해서, 혹은 절벽을 기어서 내려가기 위해서 버둥거렸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인생길에 첫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물론이고 내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하게 되었던 생각, 느끼게 되었던 감정. 어느 하나 우리가 선택한 것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고, 그런 감정이 들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같은 길에 있었어도 느끼지 않았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들을 우리는 우리가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내 안에 있었던 무엇인가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운명론을 수동적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운명이라는 것은 그래서 실재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백지상태로 태어나 주위의 영향만을 받으며 그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같은 부모,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들 마저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이 길에 발을 들였던 순간부터 어쩌면 불공평하게 어쩌면 그저 다르게 심겨져 있는 내면의 무엇인가가 모두에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상한 걸까? 

사실 불공평하다고까지 할 수 있겠는가. 공평한지 여부도 사실 우리가 어떤 시대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게 아니던가. 양귀비가 살던 시대에는 살집이 있는 게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이었다고 하는데 그때는 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은 이들에게 불공평한 세상이 아니었겠나? 굳이 원망을 하자면 결국 우리가 태어난 시대를 원망할 수밖에... 그런데 그것 또한 사실 우리가 택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이제는 인생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할 때, 낭떠러지 앞에 선 듯할 때, 나이가 조금 더 먹은 지금 나는 조용히 뒤돌아 선다. 그리고 다른 우회로를 찾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인생길을 찾아 떠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걸어온 길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 않았나? 그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 위치를 바꿀 뿐,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걸어온 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길들이 누군가에게는 열리고, 누군가에게는 막히는 걸 보면 또 필연적으로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저 나의 운명을 찾아서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런데 운명이라는 것은 그냥 존재한다고 믿는 것보다는 뒤에서 누군가 어느 정도는 정해놓는 자가 있다고 믿는 게 더 논리적으로 여겨져서 나는 유신론자로 남았다.

오늘도, 그 운명을 다스리는 존재를 믿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내 인생의 또 다른 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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