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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노력과 계획에 대하여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듣는 논쟁 아닌 논쟁은 하나님도 노력해야 일하실 수 있단 입장과 기도해야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입장의 논쟁이 아닐까 싶다.
우리 아버지는 철저히 전자의 입장에 서 계신 분이다. 원래부터 그러셨던 것은 아닌데, 사실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집에서 아버지께서 어린 시절에 은사도 있으셨고 영적으로 예민하셨는데 그게 두려워서 제발 가져가시라고 기도를 했더니 그런 은사들이 사라지셨다고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이후에 철저히 인간이 노력해야 이뤄진다고 생각하시는 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못된, 이분법적인 사고에 기반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모두가 작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와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맡겨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는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게 맞다. 당장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하나님 보고서 쓸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은, 당장 내일 시험인데 하나님 시험 잘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철야를 하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는 우리가 계획하고 노력하고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하나님께 맡기고, 자신이 쟁취하기 위해서 잔머리와 술수, 요령을 부리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런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영역은, 큰 그림과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철저하게 하나님의 전쟁, 하나님께 속한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장기적인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서는 안된다. 그건 우리가 현실에 머리를 박고 최선을 다할 때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닫으며 인도해 나가실 영역이지 우리의 노력으로 할 영역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우리 일상의 작은 일들에도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정말 갖고 싶다면 우린 그것을 갖기 위한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강구할 때가 있는데, 그건 사실 우리의 욕심과 욕망에서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에 성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의 욕구와 욕망이 하나님의 뜻과 잘 분별되지 않을 때, 구분되지 않을 때는 움직이지 않고 잠잠히 하나님 앞에 서서 기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온종일 고민하고 노력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잠잠히 하나님 앞에 나가서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히 말하고, 그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해달라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면 열어주시고 아니라면 아닌 것을 상황이든 마음으로든 알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진짜 기독교인의 삶일 것이다.
정말 갖고 싶은 것이, 것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정말 갖고 싶은 것이. 사실 이렇게 거룩한 척 글을 썼지만 그것들이 갖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서, 다른 영역이 망가지는 걸 보면서도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직 내 손안에 없고, 노력하는데 지쳐서 잠잠히 말씀을 읽고 기도하다 보니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쓴 글이다.
잠잠히, 기도하며 기다리려 한다. 사실 사람들이 말하는 기적 같은 일은, 우리가 하나님께 그걸 맡겼을 때야 비로소 일어나는데, 우리는 항상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그걸 이루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님께서 일하실 공간을 그렇게 안 내어드리는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우리 삶에서 일을 하시겠나?
잠잠히,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아니라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