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학개론에 쓴 글들에서 몇 번 했던 얘기지만 난 이상하게도 사랑이 뭔지가 중학생, 아니 조금 더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궁금했던 것 같다. 그때도 초등학생들끼리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이쁘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고는 했는데 그 좋아한다는 감정, 호감을 갖는다는 감정이 사랑하는 감정과 어떻게 다른지를 나만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그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을 하지 않고, 대부분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끌려가면서 자신의 '첫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일종의 감정적인 흥분 상태, 상대가 계속 떠오르고, 같이 있으면 설레이고 때로는 흥분되며, 상대가 너무 보고 싶은 상태를 사람들은 흔히들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와 같은 감정적인 상태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불러도 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감정들을 조금 더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그러한 감정은 사실 사랑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중 한 가지일뿐, 그런 감정 자체가 사랑일 수는, 아니 그것 자체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적인 상태를 사랑으로 분류해버린다면 감정적인 흥분, 욕망, 욕정, 집착, 질투, 설레임과사랑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러한 것들은 사랑을 하면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사랑에 동반되는 감정일 수는 있어도 그것 자체가 사랑일 수는 없다.
내가 이렇게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그렇게 사랑이 흔해지면 사랑의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게 다 사랑이라면, 사랑이 그렇게 어려울 이유는 없지 않은가. 내게 사랑은 참 어려운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그런 것이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일 수는 있지만 사랑 그 자체는 아니라고 주장하게 되는 건 아닐까?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사랑이라는 모드로 진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말이다. 예를 들자면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말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너무 이성적이고 낭만적이지 못한 표현이지만) '상대방의 외모나 신체적인 조건에 매료되어서 자신의 몸에서 생물학적,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상태'가 정확하지 않을런지... 그런 상태에 사람이 빠질 수는 있지만 그런 상태에 빠진 상태가 사랑 그 자체는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첫 눈에 반할 수는 있어도, 첫 눈에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감정으로, 그런 신체적,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남으로 인해서 시작한 관계가 사랑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작점이 어디든지 간에 그 시작점에서부터 두 사람이 차곡차곡 쌓는 감정과 추억, 경험과 대화들이 모이고 모여서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 수 있고, 그렇게 '깊어질 때'야 비로소 두 사람이 사랑을 한다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에 대해서 너무 고지식하게 접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는 현상들을 봤을 때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랑에 대하여 더 고지식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니까 이걸 해달라, 사랑하니까 저걸 사달라, 사랑하니까 내 말을 들어라, 사랑한다면 내게 맞춰달라 등 '사랑'이란 말로 포장된 자기중심적인 욕구를 남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사랑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범위를 정할 필요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말에 대해서 누군가는 '너가 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야'라고 얘기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결혼과 사랑
최근에 어느 배우가 '서른 전에 가정을 꾸리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는데, 이제는 과연 한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잘 모르겠어서 일단 미뤄놨다'고 한 인터뷰를 봤다.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다. 사실은 나도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고,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졌는지를 물어보고 다녔었던 적도 있기에.
하지만 누군가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하게 된다면, 서로의 감정과 추억, 경험과 대화들이 흩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일으킴으로 인해 서로에게 단순히 설레이는 수준이 아닌 진한 다크초코릿과 같은 달콤함이 느껴진다면, 그 때는 누군가와 평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그만큼 같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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