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젠 주위 사람들이 거의 결혼을 해서 그럴 일이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종 지인들에게 본인의 연애와 관련된 질문들을 받았었다. 여사친이 많았던 시절에는 특히 여자들에게. 왜냐하면 난 그녀들에게 언니와 같은 오빠였으니까. 그리고 남자는 남자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때 단 한 번도 헤어지라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책임지고 싶지 못할 말은 하고 싶지 않아서이고, 두 번째는 헤어지라는 말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연인의 이별에 책임질 수 없는 것은 내가 때로는 두 사람을 모두, 대부분 상황에서는 최소한 한 사람은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말하는 중간에 계속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 '이럴 가능성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물론 내 말이 틀릴 수도 있어'라는 결론과 함께.
연애는 모두 다르다.
그나마 어렸을 때 그런 문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또래인 경우가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이제는 6-7살 어린 동생들이 물어볼 때도 있어서 조언을 하는데 있어서 더 조심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들도 성인이고 아무리 어려도 얼마 지나지 않아 30이 될 나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혹시라도 헤어지는데 기여하는 씨앗을 그들의 마음에 뿌리고 싶지 않기에 그렇게 조언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내가 두 사람을 모두 정말 잘 알고,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부딪히는지가 보이는 경우, 둘 중에 하나라도 정말 잘 알아서 그 사람은 어떤 사람과 맞는지를 분명하게 알겠는 경우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그저 '난 헤어지는 게 맞다고 봐'라고 말할 뿐, 강력하게 헤어지라고 조언을 하지는 못한다. 내가 그 사람을, 때로는 둘을 어느 정도 이상 안다 하더라도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애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람들도 모두 다른데 그 사람이 하는 연애는 또 다르다. 정말 괜찮은 애를 소개팅에 내보냈다가 상대에게 욕을 먹기도 몇 번. 사람이란 존재는 참 다차원적이어서 나와 형, 동생 관계에서의 모습과 남녀관계에서의 모습이 다르고, 나를 남사친으로 대하는 모습과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대하는 모습이 또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아무리 잘 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연애는 모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연애에서 조언은 함부로 해서도 안되고, 이에 따라 상담을 받는 게 실효성이 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
연애상담이라는 허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연애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 주변에서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찾아서 묻고, 듣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장담하건대 여러 사람을 만나서 상담을 받을수록 답이 없다는 것만 분명해질 것이다. 그 사람의 나이, 성별, 학력, 연애경험, 현재 상황, 경제력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여 사람들은 '본인의 경험에 비춰본 본인의 관점'에서만 조언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연애상담을 받으려면 본인의 인생사, 가족관계, 경제적인 상황, 연애경험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상대방의 그러한 사항에 대한 정보는 제공해야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파악이 될 텐데 그러한 정보를 파악하는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지 않을까? 그걸 몇 분, 말 몇 마디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제시되는 해결책이 정확한 답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연애는 본인의 문제다. 물론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때는 주위에 넋두리하듯이 물어보고, 들은 후에 본인의 경우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고 하는 과정을 거칠 수는 있다. 하지만 연애상담을 누군가와 해서 완전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마라. 그건 거의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결국은 본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상담이 아닌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참고할 용으로 의견을 듣는 것 이상의 조언은 듣지 말라고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본인에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끙끙대는 시간 자체가 사실 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성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마음'만' 쓰는 연애가 아니라 브레이크를 잡고 관계에서 필요할 때 머리'도' 쓸 줄 아는 연애를 할 줄 알게 되어가기 때문이다.
근육이 커지고 단단하지기까지는 반드시 그 근육이 찢어지고, 다시 봉합되는 과정을 수십 번 이상 거쳐야 한다. 이는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아프지 않은 게 가장 좋을 수도 있지만, 힘들고 아프면서 조금 더 넓게, 크게, 여유 있게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힘든 시간을 피해 무조건 '상담'을 하고 그걸 그대로 적용하여 연인과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두 사람을 모두 어느 정도 아는 지인이나, 최소한 본인을 잘 아는 지인의 의견을 참조만 하면서, 연인과 대화도 하고,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자.
그래야 그 연애가 끝나도 본인에게 남는 것이 있고,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경험을 해도 덜 아프며, 그래야 다음에 연인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조금이라도 더 성숙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 연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에서 신뢰의 의미 (0) | 2020.01.17 |
---|---|
연애할 때 비교는 하지 말자 (0) | 2020.01.17 |
연애는 내 방식대로 하자 (0) | 2020.01.15 |
스킨십에 대한 오해와 진실 (0) | 2020.01.14 |
소개팅과 연인이 되는 것 (0) | 2020.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