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 애를 셋 키워'
애가 둘 있는 기혼 여사친(?)들이 너무나도 흔하게 하는 말이다. 지나가듯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처음에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을 저렇게 하나?' 싶었던 것이 이제는 '남자는 원래 애야'라고 대응하기에 이르렀다. 그 정도로 남자들은 애라는 말은 흔히 통용되는 표현이다.
그런데 내가 보수적인 편이고,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대로 믿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남자는 애'라는 뉘앙스가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다. (물론 내가 남자라서 그런 면도 없진 않을 것이다.) '애'라는 표현 자체가 상대를 조금은 우습게, 혹은 낮게 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라고 떠받드는 것도 말도 안되고 이상하지만 1대 1로, 대등한 존재로 연애하거나, 부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의식 중에 부정적인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표현을 굳이 입 밖에 낼 필요가 있나 싶은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런 표현을 쓰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남자들이 애라고 하는 것에는 근거나 이유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여자들의 시각에서는 분명 남자들이 애 같이 보이는 면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단순하고 둔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다차원적으로 생각하면서 직관적으로, 그리고 직감적으로 상황 판단을 해내지만 남자는 정말로 심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들의 관점에서 분명 남자에게는 애 같은 면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남자는 원하는 게 평소에 많지 않다가도 뭔가에 꽂히면 그건 반드시 해야 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것들이 여자들의 기준으로는 '유치한' 것들이 또 많다. 레고, 피규어, 운동용품 등... 그리고 그걸 굳이 뭐하러 사냐며 '쓸모'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은 '애들이나 하는 것'으로 분류가 되고, 그에 대하여 남자들이 항변을 하면 여자들에게 남자들은 '굳이 필요 없는데 비싼 거를 안 사준다고 징징댄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애로 전락해 버린다.
또 굳이 이와 같은 것들을 사는 것이 아니더라도 남자는 단순한 면이 있어서 (집안일 같은 것들을) 하기 싫은 것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이를 시켜도 투덜대고 징징대며 미루고 미루는 경향이 말이다. 이 역시 남자가 단순하고 둔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그냥 내가 싫은 것은 싫은 것이기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반응이 반사적으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남자들은 또 한 번 여자들이 애 취급을 할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이는 집안일이 아니라 데이트를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은 보통 단순하게 하기 싫은 건 안 하겠다고 징징대는 경향이 분명 없지는 않다.
남자들이 애기에 여자가 편한 것
그런데 많은 여자들이 놓치는 것은 남자들이 이렇듯 단순하고 둔한 것이 편한 점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사실 남자는 정말 단순하기 때문에 칭찬 몇 마디와 인정해주는 말을 덧붙이면서 부탁을 하면 그걸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남자들이 단순하지 않고 매사에 이유를 따지고, 예민하게 굴고 계산을 하려 든다면 그런 사람과 같이 살거나 연애를 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할까? 만약 남자들이 단순하지 않아서 그렇게 칭찬하는 것이 그 이면에 의도가 있기 때문이고, 그러한 의도가 있는 부탁은 들어주지 못하겠다고 하면 또 얼마나 피곤하겠나?
물론, 남자들 중에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옹고집의 소유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그 남자에게 칭찬을 몇 번 하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다는 것을 설명하고, 거기에 그 남자가 좋아하는 물건이나 맛있는 거를 하나 정도 사주면 그 남자는 투덜대면서도 그 결정에 따라 줄 가능성이 높다. (쓰고 나서 보니 정말 남자가 애 같은 면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이 남자가 단순하고 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실 여자들이 '남자들은 애'라고 하는 측면이 (여자들이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존중해 줄 수 있다면) 여자에게 주도권을 주는 면도 분명 있기에 그것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해석될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과연 다른가?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과연 여자들은 그렇게 다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자들도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경향이 강하기도 하고, '예쁘다'는 칭찬에 기분이 확 좋아지기고 그 말 한 마디에 남자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도 하지 않는가? 또 그 한 마디를 남자친구나 남편이 굳이 어색하다며 하지 않으려 들면 그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여자들도 '예쁜 옷'이나 '예쁜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는가? 남자들은 그런 옷이나 액세서리, 화장품 대신 레고, 피규어, 운동용품 등을 찾을 뿐이다. 물론 현실적에서 남자들의 그런 것들이 여자들의 물건보다 월등이 비싸기에 다르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비교를 해보면 여자들도 일상에서 여자들만의 놀이가 필요하듯, 남자들도 남자들의 놀이가 필요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사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연인이나 부부관계에 있어서 모두 '애' 같은 측면이 있다. 또 사실 남자들끼리만 있을 때는 '여자들이 애 같은 면이 있지'라는 종류의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연인이나 배우자에게만큼은 수용을 받고 싶은 아이 같은 마음이 모든 인간에게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치열하고, 때로는 치사하고 더러운 세상 속에서, 그리고 누구를 믿어도 될지를 확신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살다가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온전히 수용받고 싶은 마음이 남녀 모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본인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애 같다고 핀잔을 주지는 말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애이고 싶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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