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인연들에 미안하다.
사실 이별이나 헤어짐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머리로는 모범 답안을 알지만 그렇게 관계를 끝낸 적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긴 건 그러지 않을 것처럼 생겼음에도 막상 이별을 통보할 때는 얼굴을 보고 인연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해서, 그리고 분명히 나와 그 사람이 더 이상 인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미안해서'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는 더 이상 만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마음이 떠났음을 확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비겁한 변명인 것은 알지만,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얼굴을 보고 다투며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더라도 마지막 마침표는 만나서 찍었어야 했지만, 난 항상 그렇게 보통 전화로, 심한 경우에는 문자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서 항상 헤어지고 나서 일정 기간 동안은 나와 만났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지 마지막 정리를 그런 식으로 해서...
그런데 내가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도, 얼굴을 보고 만나서 받은 적이 없는 걸 보면 사람 심리가 비슷한가 보다. 모범답안은 만나서 마침표를 찍는 것이지만, 그게 쉬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별 통보한 사람의 마음
그렇게 이별통보를 하거나, 받아 본 경험에 비춰봤을 때 개인적으로는내가 이별을 통보를 한 이후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어떤 이유에서든 통보를 했지만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이 힘들어할 것이 생각나고, 그로 인해서 또 미안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고는 했다. 그 감정이 사그라들기까지는 항상 시간이 걸렸고 그 감정이 정리될 때까지는 누군가를 새롭게 만날 수가 없었다. 이미 전에 만나던 사람에게서는 마음이 떠난 것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별통보를 받았을 때는 내 마음이 조금 다르게 반응했다. 물론 당혹스럽고, 힘든 감정이 단기적으로는 내가 통보했을 때보다 훨씬 컸지만 다시 그 관계를 회복시켜보려고 잠시 노력하다가 곧 그 사람과 인연이 아니었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통보를 하지 않았기에 상대에게 미안할 이유도 없었고, 둘이 인연이 아니라는 것만 받아들이면 됐었다. 물론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는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되었지만...
이별 통보를 상대가 하게 만드는 사람
이렇듯 이별을 통보하고 난 후가 더 힘들어서일까? 나는 가끔 주위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과 인연이 아님을 확신함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질질 끄는 경우들을 보곤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상대방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아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통보하는 자'의 부담을 지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상대가 이별을 통보하게 만들었고, 본인은 원하던 대로(?) 통보를 받은 후에는 곧바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고는 했다.
이러한 이별 방식이 최악인 이유는 그러한 이별 방식은 두 사람 관계에서 마음은 본인이 먼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 통보의 짐은 상대에게 지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이 마음이 떠나고 통보를 받을 때까지 상대는 또 얼마나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가? 마음은 본인이 먼저 떠났으면서 상대에게 통보하는 짐까지 넘기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앞에서 말했듯이 사실 이 주제를 꽤나 오래전에 생각했지만, 스스로 당당하지 못해서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별을 하는 방법도, 두 사람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쨌든 본인 인생의 특정 시점에 본인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과의 관계는 최대한의 예의를 다해서 정리하는게 맞지 않을까?
만약 다시 이별할 일이 생긴다면, 나도 그때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별은 항상 너무나 힘들고, 이젠 나이가 없는 편은 아니라서 다시 이별을 마주할 일이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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