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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스킨십이 연애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던 연애, 그리고 스킨십의 문제와 (주로) 남자들의 스킨십과 관련이 있는 유흥의 문제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다른 관계랑 뭐가 다르냐고 물을 때면 남녀불문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결국에는 스킨십이 아니냐고 했기 때문에... 스킨십이라는 용어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쓰이지도 않는 용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 남자들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군대에까지 멀쩡하게 현역으로 다녀왔지만 나는 내 표현에 의하면 '자매들이 나오는 술집'이나 그보다 더 '스킨십 중심적인' 업소들에 거의 간 적이 없다. 딱 한번 간 적이 있는데 그것도 내 군대 후임이었던 형과 회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후, 그 형이 퇴근하고 한잔 하러 가자고 나를 데리고 간 곳이 내 표현을 쓰자면 '자매들이 나오는 술집'이었다. 그 외에는 가려면 갈 수 있었던, 주위 사람들이 가는 분위기였던 적이 있었지만 사실 너무나도 보수적으로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내 마음 어딘가에 있는 내가 믿는 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나는 항상 발걸음을 돌리고는 했다. 

그 딱 한번. 그 한 번을 후회하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아니다. 난 사실 그곳에서의 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사람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도 불쾌했고,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2차로 손님과 가려는 내 옆에 계신 분의 모습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 형이랑 오랜만에 대화를 하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서는 대부분 같이 앉은 두 사람이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분위기인 줄 알았다면 나는 그 자리에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이 있다며 중간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가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 안에서 내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나는 처음 보는 이성에게 자신의 일, 개인적인 문제, 배경을 다 털어놓는 남자들을 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어디에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온전히 수용받지 못해서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런 얘기들을 다 털어놓는 모습이 말이다. 그리고 그 상대는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무조건적으로 그 사람의 편이 되는 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런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다른 측면에서 가는 것도 있지만, 그곳에서 수용을 받기 위해서 간다는 것을 말이다. 가정 안에서 그러한 점들이 완전히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가 발달한 것은 결국 우리나라에 가정들이 그만큼 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곳을 반복해서 드나드는 사람들이 불쌍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선택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옳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전혀 이해하지도 못했던 것을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자리에 가는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 한 번에 대해서는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시는 그런 자리에 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내가 그런 곳을 드나들지도 않았고, 가기로 선택할 수 있을 때도 가지 않은 이유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곳(?)은 가면 안 되는 것으로 너무나도 강하게 교육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의 종교적인 양심이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사실 회사생활을 그것도 홍보실에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우선 기자를 상대하는 자리에 있지 않았고, 입사한 순간부터 술자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고 했으나 결국에는 먹게 되었지만 @_@)고 했을 뿐 아니라 내 책상에 성경책이 꽂혀 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입사 직후부터 보수적적이고 틀에 박힌 놈으로 분류가 되어서...ㅎㅎㅎ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이유를 넘어서, 종교중립적(?)인 이유로도 나는 그런 곳을 가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고, 누군가의 자매나 남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그 방향으로 발길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들도 사람인데, 사람을 나의 욕망이나 욕구로 분출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때문에...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는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선택해서 가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 안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면서 만족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만약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어도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물론 그중에는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계속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갖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이제는 이 사회에서 그러한 업종 외의 업종에서는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은 아닐까? 무엇보다 그런 길로 가시는 분들의 인생이 어떤 길로 가는지를 다큐나 기사에서 보게 되면, 그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게 가는데 나도 돌 하나를, 아니면 어쩌면 돌 몇 개를 놓는 결정을 할 수는 없어서, 그래서 나는 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유흥업소에 자주 발을 들이는 분들께 묻고 싶다. 상대가 본인 동생이나 누나여도, 딸이어도 그렇게 대하겠냐고 말이다. 그리고 본인의 동생이나 누나 또는 딸에게 진로로 추천을 해주고 싶은지도. 그렇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출입을 해도 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의 동생이나 누나, 딸일 사람들을 그렇게 도구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업무 등으로 인해 유흥업소들에 출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렇게 영업하는 것이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그렇게 부득이하게 사람이나 상황으로 인해 끌려가는 경우에도, 그 안에서 최대한 상대방을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면서 대우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데 가끔씩 사람들이 유흥업소를 드나들다가 정말 좋아하게 되는 상대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가 정말로 깊어질수록 오히려 스킨십 중심의 관계가 아닌 다른 종류의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과 연애하겠냐고 하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현실에도 일어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처음에 욕망과 욕구로 찾은 곳에서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는 스킨십이 아닌 대화 등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한 것만 보더라도 이성 간에 진짜로 제대로 된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그 주된 목적은 절대로 스킨십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연인 간의 스킨십은 매우 중요하다. 그건 두 사람 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인 간에서만 허용이 되는 표현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스킨십은 어디까지나 연인 간의 의사소통의 수단에 그쳐야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스킨십이 목적이 된다면 사실 그 관계가 유흥업소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스킨십을 연애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그건 결국 상대방을 자신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주위에 그런 경우들을 본 적이 있다. 연인관계에서 스킨십 이외에 교감이나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은 전혀 없었어서 상처를 받아서 그 이후 연애에서는 손을 잡는 것도 꺼리는 사람. 첫 연애에서 스킨십을 목적으로 삼는 남자 친구를 만난 이후로 본인은 연인과의 스킨십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서도 뭔가 기계적으로 '남자들은 원래 그러니까'라고 목석 같이 있게 된다는 사람.

사실 그런 얘기들을 들었을 때, 그러한 연애를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연인은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쏟아내는 도구적인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스킨십 자체가 연애의 목적이 되거나, 연애를 다른 관계와 구분하는 기준선이 될 수는 없다고도 말이다. 그리고 연애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신이 상대를 그렇게 함부로 대했던, 당신에게는 어쩌면 그저 지나가는 경험이었던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평생을 진정한 사랑을, 감정적인 교감을 나눌 수 없게 만드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것들을상대가 떠나면 어쩌지? 혹은 사랑한다면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자신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을 다루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에게는 본인이 제일 소중해야 한다는 것을, 본인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본인의 행복을 먼저 추구해야 그것을 존중하고 본인을 아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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