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00 씨는 휴가 어디로 가요?
나: 휴가는 무슨요 주말에도 계속 일해야 하는걸요.
A: 와~ 우리 같이 일만 하자~ 와~
B: 와~ 우리 모두 휴가는 무슨~ 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회사와 계약하여 일하는 영역에서, 회사에서 우리를 담당하는 분들의 휴가 일정을 얘기하다 프리랜서인 사람들끼리 나눈 대화. 휴가는 무슨 얼어 죽을. 정신없어 죽겠는데.
프리랜서라고 항상 휴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우리가 함께 일하는 건이 마무리되면 휴가를 가실 것이고, 나도 운이 좋다면 포상휴가를 같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프리랜서인 내 지인들도 휴가를 다양한 형태로 간다. 세 가지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친구는 여름에 꼭 유럽으로 휴가를 가고, 프리랜서로 글을 쓰는 형은 공식적인 휴가는 가지 않지만 시시때때로 국내여행을 떠난다. 회사원들처럼 여름에 반드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프리랜서들의 휴가가 회사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많은 경우 본인이 시기를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프리랜서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는 휴가를 떠날 수 없으니까. 이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일이 어디에서 어떻게 터질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단위로, 혹은 특정 시즌이 분명하게 있는 프리랜서들은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차? 월차? 그런 건 회사원일 때 누릴 수 있는 특권!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한 휴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더라.
물론 모든 프리랜서들이 그런 것도 아니고, 개인이 일을 받아서 하는 프리랜서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공식 휴가가 아니더라도 주중에 일이 없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이 프리랜서의 장점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프리랜서들을 동경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렇게 부러워하시는 분들은 아실까?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공식적으로 휴가를 떠나 있어도 프리랜서의 휴대폰은 항상 켜져 있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여름이면 항상 유럽으로 휴가를 간다는 내 친구의 인스타는 종종 노트북이 켜져 있는 카페나 호텔방, 심한 경우에는 Wework사진이 올라온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국내여행을 떠난다는 형은 여행 중에도 전화를 어쩌면 그렇게 잘 받는지... 회사를 다닐 때는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잠들기 전 이외에는 일부로 휴대폰을 꺼놨고, 그래도 큰 이상이 없었던 내 사회생활 초기와 비교하면 프리랜서들의 휴가는 현실을 짐에 하나 가득 싸안고 떠나는, 그래서 어쩌면 쉬고 있지만 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일이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고 회사원들은 휴가를 가서 연락이 안 되면 말을 몇 마디 듣는 것으로 끝나지만 프리랜서는 내가 휴가란 이유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일이 언제든지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들은 완전히 자리를 잡아서 실질적인 갑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연락이 닿아야만 한다(사실 그런 경우에도 연락은 닿아야 한다). 그래서 휴가를 떠나도 떠난 것인지 몸만 옮겨진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프리랜서들의 휴가다.
떠날 수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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