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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프리랜서로의 복귀를 앞두고

겸업이 허용된 회사원이 아닌 완전한 프리랜서로 복귀한다. 다음 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아주 솔직히 말하면 더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로 돌아올 때, 대안 없이 일단 퇴사를 하려고 했던 친구를 설득해서 남겼고, 그 친구가 휴직을 마치고 이번 주에야 복귀했다.

얼마 전에 그 친구에게 '나 언제 퇴사해도 될까?'라고 허락을 받기 위해 물어봤다. 미안했으니까. 마치 그 친구는 남기고 나는 탈출하는 듯한 상황에. 그리고 그 친구가 기간을 말하면 그만큼 더 버티려고 했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 친구는 '인간적으로 저 복귀하고 하루, 이틀만 있다가 퇴사하시는 건 좀 그렇고. 그 정도만 아니면 돼요.'라고 했고, 난 그 수준을 최소한으로 넘기는 다음 주에 퇴사를 한다.

퇴사가 힘든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내 퇴사는 너무나도 쉬웠다. 내가 그만 둘 이유도 분명하고, 현실적인 면에서도 다른 계약들이 잡혀서 도저히 병행할 수준이 없게 되었으니까. 어떻게든 설득하려던 대표도 내 단호박 거절에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섭섭했을 것이다. 함께 하자고 해서, 2달을 고민하고 겨우 3달 조금 안 되는 기간을 함께 보내고 다시 떠나는 거니까.

그런데 내 나이 즈음되면 모든 결정이 빨라야 한다. 조금만 멈칫하면 상황이 완전히 바뀌고, 그 멈칫하는 사이에 내가 잡을 수도 있었던 기회가 날아간다. 그리고 기회는 생각만큼, 혹은 원하는 만큼 자주 오지 않는다. 그나마 몇 살이라도 더 어렸다면 그런 기회가 또 올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 때로는 감정적인 측면을 누르고서라도 결정해야 하는 나이. 그런 나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말년 병장(?), 몇몇 친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년 간부의 모드이다 보니 아무도 회사에서 날 건드리지 않는다. 나라고 일을 할 유인이 있겠나? 매일매일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끌고 나가고 있다. 또 그러다 보니 지각은 기본이고, 프리랜서로 복귀하는 시점이다 보니 내 개인 일정으로 회사에서 빨리 나오거나 늦게 출근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게 가능한 회사를 그만두는 나도 참...

그 와중에 그 전에는 무슨 결정을 하든 나를 불러서 함께 논의하던 대표가 이젠 날 부르는 빈도가 줄어든 게, 아니 이제 거의 부르지 않는 것이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공식적으로 임원은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지위로 일을 했다 보니 대표는 회사 운영과 관련된 상당한 부분을 나와 얘기하면서 결정해 나갔었다. 하지만 다음 주면 나가는 사람에게 그러할 이유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 할 뿐 아니라 그게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간사한 존재인 듯하다.

사실 지난 한 주 정도 글 자체가 잡히지 않았다. 글을 써서 벌어먹겠단 놈이, 이젠 다양한 형태의 글을 쓰겠다는 놈이, 죽을 때까지 글은 놓지 않겠단 놈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나 자신을 밀어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행복하자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하자고 프리랜서의 길로 다시 들어서는 것인데 또다시 성과를 내기 위해 나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 자신을 조금, 잠시 놔주기로 했다.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그러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