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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첫 직장은 중요하다

첫 직장.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첫 사회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가 일하는 패턴을 돌아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외부 프리랜서일을 함과 동시에 회사 속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생각은 점점 강화된다.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저 '스펙'으로서 이전 직장경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작용하는 면도 있겠지만 그 시작은 특정 회사 출신들이 특정하게 일하는 '쪼'가 있음을 사람들이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첫 사회생활은 학부시절에 시작되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을 받아서 글 쓰고, 사진 찍고, 영상을 찍었다. 그 외에도 혼자서 콘텐츠 만드는 작업과 학원강사를 1년 여동안 병행했다. 학교생활과 함께. 가끔씩은 조직 안에서의 삶이, 심지어 구글 안에서의 6개월도 힘들었던 건 내 첫 사회생활을 그렇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그 영향이 절대적이진 않겠지만 그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또 학부 전공이 중요하고, 전공이 개인의 성향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물론 학부에서 어떤 전공을 했는지는 그 사람의 성향과 관심사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본인의 학부 전공을 엄청나게 깊게 들여다봐서 사고의 틀이 그 안에 구속되어 있는 극히 예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데 경력직들과 일을 해보면 그들 특유의 '쪼'가 존재함을 느낀다. 업계나 직역을 바꿔서 온 경우에는 그 '쪼'가 유난히 강하고,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새로 옮겨온 직역이 기존에 있었던 회사나 직역보다 훨씬 일하는 강도가 강한 경우에는 그 적응과정이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고통스럽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적응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서도 마음을 열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과도기를 거쳐도 결국 적응한다.

하지만 적응을 하는 사람들도 그 과정에서는 많은 조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은 보통 고통스럽다. 회사가, 조직이 그 개인에게 모든 걸 맞춰줄 수는 없고 본인이 결국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해야 하기에.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꽤나 힘들더라. 다시 강조하지만 특히 기존에 있던 직역이나 회사보다 옮긴 곳의 일하는 강도가 강하고 기업문화의 차이가 클수록 그 고통은 더 크다.

지금 돌아보니 어렸을 때 선배들이 '을'에서 '갑'은 갈 수 있지만 '갑'에서 '을'로는 가지 못한다고 한건 단순히 대우의 문제가 아니었다. '을'의 입장에서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시간적 압박감은 상당하고, '을'은 항상 꼼꼼해야만 한다. 그렇다 보니 '갑'에서 큰 틀만 보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을'에 잘 적응하기가 힘들다. 물론, '을'에 있던 사람들이 '갑'에 가서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시니어가 되면 큰 틀을 봐야 하기에 '을'에서 시니어였던 사람이 '갑'에 가서 적응하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한 경우가 많더라.

그리고 차라리 경력이 엄청 많은 시니어는 적응을 상대적으로 쉽게 하는 듯하다. 다른 게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까. 가장 힘든건 본인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애매한 경력직들이다.

그래서 이직은 단순히 '돈'과 '조건'이 아니라 옮겨갈 직장의 문화나 그 직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더 많이 준다고 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내가 '첫 직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여러 케이스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일하는 법을 어디에서 배웠는지에 따라서 절대로 고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단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 배운 일하는 방식, 일하는 '쪼' 중에는 변하고 맞출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게 안 되는 영역도 존재하는 듯하다. 아니, 바꾸고 맞출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걸 맞추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일정 수준으로 들이게 되면 '경력직'을 뽑는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사람들이 '동종업계'와 '같은 직종'의 경험을 중시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경력직'들은 보통 자신이 경험한 게 있고,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새로운 조직에 잘 맞추려 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이전 직장의 얘기를 물어보거나 그 직장과 현 직장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얘기하려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틀림이 아니라 다를 수 있음을 설명하려 했을 뿐인데. 그 사람이 악의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 또한 본인의 첫 직장에서 본인도 모르게 익혀진 '쪼'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첫 직장은 중요하다. 일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하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때 잘못 익힌 습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