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의 일상생활

완전한 프리랜서로의 복귀?

회사원과 프리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 '겸업'을 허용받고. 내가 조금 더 피곤하기로, 주말에도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한 결정이다. 그 덕분에 난 4대 보험을 보장받고, 월 수입의 하한선도 숨 쉴 수 있을 수준으로 보장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꽤나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처음 얘기할 때보다 내게 더 많은 일이 주어졌고, 그로 인해 브런치 글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일들도 늘어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다시 완전한 프리랜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회사원적인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대표가 나의 편의를 봐주고 있단 것을 알기에 더 들어오는 일을 쳐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가 프리랜서 또는 개인으로 이력을 쌓는데 필요한 일들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영역의 감이 빠른 속도로 퇴보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사실 파트타임으로 복귀했던 이 회사에 정식으로 컴백하면서 난 '손발과 마음이 잘 맞으면 몇 년을 같이 갈 수도 있는 거지 뭐.'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부분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가 내게 준 권한, 회사의 상황, 나의 성향이 결합되어서 난 조금 많이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게 대표의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내가 그 선을 넘어선 안된단 생각은 내 안에 확고하다. 이 회사를 만들고, 끌어온 것은 대표이니 이 회사가 움직이는 방향은 그의 뜻대로 이뤄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방향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조금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몇 주째 받고 있다. 

세 번째로, 풀타임은 아니지만 내가 '저 회사에서 공식 오퍼가 오면 언제든지 옮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회사들 중 한 곳에서 프로젝트성으로 일할만한 제안을 받기 직전 상황에 있다. (그리고 심지어 그 회사는 오퍼가 오면 내가 옮길 생각이 있는 다른 회사와 함께 일하는 회사기도 하다.) 내가 프리랜서처럼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먹으면 풀타임 계약직으로 일할 수도 있고 사실 그쪽은 그런 형태를 선호하기도 한다. 내게 완전한 풀타임 오퍼를 줄 수 없어서 강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런데 경험상 이런 프로젝트에서 손을 맞춰보는 것은 그 회사에게도, 내게도 서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어느 방향으로 손을 잡는 게 맞을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그만둬야 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상당수 계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균형을 잡게 된다. [안정] 가까스로 예측가능성과 삶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데, 그걸 한 달 반 만에 놓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 멀지 않은 시일 안에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고 가기 위해 어차피 그만두긴 하겠지만 그러기 전에 이 회사에 지속 가능한 뭔가를 남기고 가고 싶었다. 그리하기 위해서 일을 벌이는 과정에 있기도 하고. 그게 대표의 분명한 반대에 부딪혀서 좌절되거나 추진되기 힘들 것이 분명하기 전에 이대로 떠나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 듯하단 생각이 내 발목을 잡는다. 

한 달 후 난 어디에, 어떤 형태로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