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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어쩌다 보니 프리랜서의 일상생활 시리즈 몇 개가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었다. 그건 아마 내가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을 계속 반납하고, 회사에 다시 나가면서도 업무시간에 합법적으로(?) 내 프리랜서 일로 자리를 비워도 되는 독특한 회사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합법적이긴 해도 눈치가 보이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완전한' 자유를 포기하고 생활의 일부를 구속된 삶을 산 지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회사원 같은 생활과 프리랜서의 생활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 한번 느낀다. 난 프리랜서가 더 체질이라는 사실을. 어떤 이들은 내가 회사원 같은 생활이 삶의 패턴에 들어오면서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이는 지금의 내 회사생활과 같은 삶은 꽤나 자유롭기 때문이다. 나를 형이자 동료로 대우해주는 대표, 내가 익숙한 일, 나와 함께 하는 너무나 성실하고 착한 예쁜 아이들 (참고로 이 회사에선 내가 나이가 제일 많고 이 회사에서 대다수는 20대 중반이 조금 넘은 정도다). 꼰대들에 치이고, 본인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하기 싫은 일도 엄청나게 해야 하는 다른 회사원들과 지금 나의 회사원 같은 일상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회사의 틀 안에 있을 때 나는 어떤 형태로든지 글을 쓸 때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기업을 위한 글을 쓰고 싶지도 않지만, 사실 중간관리자로 있다 보니 난 회사일로 글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내가 하는 건 후배들과 대화하고, 업무지시를 주고, 그들이 한 일에 코멘트하고 보완점을 말해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런 삶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쓰고 싶고, 책이 읽고 싶어 지더라. 

내가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나의 '자유' 때문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때 행복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 '행복하기만'한 일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 일을 할 때 내가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느낄 뿐 아니라 그런 감정이 그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과 고통보다 크다면, 그 일은 그 사람이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내겐 생각하는 것이 그렇고, 그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그러하며, 그 소스를 찾는 글 읽기가 그러하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답답하고 일상이 피곤하다. 내가 프리랜서를 하고 싶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프리랜서는 결국 사업을 하겠단 얘기다. 우린 두 가지를 분리해서 부르지만. 그리고 프리랜서와 사업 또는 기업은 그 규모와 시스템의 존부로 결정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실 프리랜서라고 해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연간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 그래서 프리랜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행복도 느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서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거나 자신이 사업가적인 마인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꽤나 많은 프리랜서들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거나 회사를 통해 일을 받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일을 받아서 하는 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길면 10년 정도는 그런 패턴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들은 '아직은' 그런 패턴 속에 있기 때문에 만족하며 사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20년, 30년 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일하면서?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삶은 어떤 형태로든 사업화 또는 조직화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일상에 회사원적인(?) 부분이 다시 들어오면서 장기적으로 사업화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그 시작은 프리랜서여야 하고, 내가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았을 때야 비로소 그것을 사업화할 수 있겠더라. 그리고 내가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도 다시 조직에,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 난 그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회사나 들어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의 방향성에 맞는, 그 방향성에 필요한 회사면 갈 의향이 있단 것이고 그 과정 또한 내가 프리랜서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조직화된 상태로 할 일을 만들어 나가는데 어떤 형태로든지 내게 필요한 회사에는 갈 생각이 있단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회사들은 많지 않기에 개인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들이 구체적으로 2-3곳 정도 있다. 그 회사들이 불러주지 않는 이상, 난 완전한 회사원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프리랜서로 살기 때문에 이런 꿈을 꿀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난 언젠간 완전한 프리랜서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프리랜서로 살아야 그게 가능해진다는 것. 그게 여러 가지 힘든 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유다. 프리랜서 자체가 내 목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