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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두 글자로 보는 세상

실패

제대로 된 실패 한번 해보지 않았으면서, 정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게 손가락질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도 없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 정도로 힘들어 본 적이 없으면서 실패는 자산이라고, 실패를 극복해 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말을 많이 한 사람들 중에는 정작 본인이 실패를 하고 나서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그런 실패를 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이 희석이 되는 사람들은 내 주위는 물론 언론에서도 많이 본다. 실패할 때는 그렇게 위축되어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실패를 자신의 힘으로 혼자서 극복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데, 이는 내 경험상 어떠한 실패도 완전히 내 힘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패는 어떤 형태로든 그때 내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 있기에 극복 가능한 것이지 나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실패를 했던 사람조차도 그런 실패를 경험한 이후 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나고 나면 그 실패에 대한 기억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니까. 따라서 실패를 했던 사람은 실패에 대한 자신의 기억이 희석되었음을 받아들이고 상대의 아픔을 내가 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같이 아파해주는 사람과 본인도 실패를 했지만 다 극복했다 '노오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훈계질 하는 사람 정도로 구분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실패는 분명 시간이 지나고 나면 큰 자산이 된다. 실패를 통해서 실패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했던 것만큼만 이해한다고 생각하기에 진짜 실패해 본 사람만이 실패한 사람의 아픔을 느끼고 공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람과 공감하며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실패는 좌절할 경험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지금 당장 실패를 경험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훈계질을 해서는 안된다. 누구도 그런 권리를 갖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리 큰 실패를 경험해봤다 하더라도 말이다. 정말 실패를 해본 사람은 안다. 그 상황에서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말들은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는 것을 말이다. 

실패의 경험이 소중한 것은 사후적으로 깨달으면 된다. 지금 당장 실패해서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쓰러져 있는 그 사람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말 한마디이지 그러한 꼰대질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자극을 줘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그럴 시점이 있고 그러면 안 되는 시점이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온몸에 에너지가 방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우선 그 에너지를 충전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며 인간에게 그런 에너지는 사람들이 위로해주고 공감하는 말 한마디에서 나온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실패로 인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는 그 옆을 지키며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러서 내면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축적되었을 대 그 사람에게 실패는 필요한 것이라고, 이제는 좀 힘을 내서 할 걸 하자고, 지난번의 경험을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하자고 조언을 해주는 것이 맞다. 

결국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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