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장까지 읽었을 때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문득 36장 7절을 읽으면서, 모두 넉넉하여 남음이 있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전히 광야에 있었다. 그들은 빈손인게 정상적이었다.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고, 사냥을 엄청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하나님 앞에 가져온 것이 넉넉하여 남음이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만큼 채워주고 계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부분을 읽고 한걸음을 물러나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해주신 말씀들,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할 율법과 규례들을 다 살펴보면 조금 더 놀라게 된다. 이들은 광야에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금으로 만들고, 이것저것을 하고, 기름을 이런걸 쓰라고까지 명하셨다. 우리는 그냥 '아 이 부분 왜 이렇게 지겨워'하고 넘길 수 있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그들은 광야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 규격과 지침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걸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말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이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신 얘기들을 들으면 '지금 상황에서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라고 했을 것이다. 지금 살기도 힘든데 생계, 생존과 무관한 것들을 하라고 명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당혹스럽고 화가 났을 수도 있다. 그러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 기준에는 당연히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세는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그런 명령에 그렇게 반응했다는 기록도 나와 있지 않다. 그들은 순종했다. 이 말씀을 들었을 때, 그들의 상황에서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까탈스럽나? 지금 봐도 까탈스러운 그 조건이,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하면 다들 짜증이 날 그 명령들이 물질적으로 아무것도 없고, 머물 곳도 정해져 있지 않고 하루, 하루를 사는 그들의 시선에서는 어떠했을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수님은 믿지 않더라도 엄청나게 종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조상을 그러한 환경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그렇게 하게 만드셨다는 기억.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그 이야기들이 그들이 신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 앞에 가져온 하나님이 주신 것이 그 상황에서 넘쳤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런데 우린 심지어 어떠한가?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셨다고 믿는 우리는 어떠해야 하나? 간할적 단식 얘기가 나온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이 결국 문제란 것이다. 물질은 어떨까? 우린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대로 그게 중요하고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돈을 더 버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서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을 희생시킨다. 돈이 안정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소득이 줄기 때문에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목적이 되어가는 순간 우린 어느 순간부터 하나님을 잃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그리고 하나님은 성경에서 두려워 말고, 내가 너희를 먹이라고 하셨을 때 너희를 부자가 되게 하리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우리가 욕심과 필요 이상의 욕구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필요한 재산, 재물을 하나님께서는 보장해주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사실 현대사회는, 최소한 우리 사회는 그 정도 생존의 문제는 사회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이상의 물질은 모두 은혜이고 축복이며 우리가 감사해야 할 성격의 것일테다. 우린 이 땅에 맨몸으로, 혼자서는 생존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오지 않았나? 우린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일함으로 인해 생기는 물질은, 우리가 하나님의 계획을 이 땅 위에서 펼치기 위해 노력하며 살 때 이 사회구조의 특성으로 우리에게 생기는 부산물이다. 그것 자체를 목적으로 살아서는 안된다.
인간은 그게 쉽게 되지 않는 존재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 안에 온전히 거할 때 가능해지고, 우리의 목적은 하나님 안에 온전히 거하여 그러한 하루, 하루를 사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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