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장 40절에서 나는 바뀐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봤다. 얼핏 보면 오늘 묵상 부분이 이전 부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재미없는 명령만 하나 가득 쌓아 놓은 것 같지만 그 한 절이 그 차이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말씀을 듣지 않았다. 그전까지 있던 내용들은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하신 명령에 불과했지만 오늘 읽는 부분은 드디어 하나님 말씀을 듣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사실 굉장히 놀라운 변화다. 하나님께서 명하신 내용 하나, 하나를 보면 사실 그것들이 그렇게 실용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말씀을 따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들이 이제서야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그게 하나님께서 공포를 불어 넣어서 그렇게 된거 아니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하나님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는, 있으면 공동체에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모두 죽이셨다. 따라서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하나님을 따르기로 사전에 결단한 자들이었다. 그 선후는 굉장히 중요하다. 공포를 통해서 순종을 이끌어냈다면 그건 공포정치이지만, 이미 순종하기로 결심한 자들이 살아있는 것은 그들에게 생명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야 했는지를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출애굽기는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땅을 떠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창세기가 하나님께서 이 땅을 만드시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약속을 하신 이야기라면, 출애굽기는 그 약속을 하신 후에 어떻게 씨앗을 뿌리고 거두신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국가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모두 건국 이전의 이야기들이고, 건국 이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생존자들이 만들어지고 걸러내졌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들이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읽힌다는 것은 우연일까?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백제, 신라, 고구려 당시의 문헌들을 얼마나 자세하게 보나? 그 이야기들의 압축된 버전은 듣지만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전해지지는 않는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길 원했을 것이고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게 하시진 않았을까? 기독교가, 예수님이 진리인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기독교 교리를 믿고 따르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하나님의 어마어마한 사랑이다. 인간의 죄성을 아신 하나님께서 이 이야기가 수천년이 지난 후에도 전해질 것을 계획하셨다고 생각해 봐라. 그리고 성경에 있는 글들이 하나님의 섭리로 하나로 엮인 것이고, 예수님께서 오신 후까지의 이야기를 하나님께서 하고 싶으셔서, 예수님 이후의 세대를 사는 이들에게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인간의 죄성으로 인해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 죄성으로 가득찬, 구원받지 못한 존재로 살 것임을 이미 아시고 예수님께서 오시기 몇천년 전에 이 모든 과정을 위해서 준비하고 계셨다고 생각해 보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우린 프로포즈를 몇주 준비한 사람에게도, 깜짝 생일파티를 몇 달 전에 준비해줘도 엄청나게 감동하지 않나? 그런데 만약 하나님께서 수천년전에 이 모든 것을 준비하셨고, 그러기 위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렇게 하나님을 따르고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혈통으로 세우고 준비하신 것을 믿는다면, 어떻게 감동하지 않고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걸 믿지 않기 때문에 순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감동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믿어지지 않을 수 있고, 의지로 믿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그들이 그렇게 믿는 것은 믿는 사람들에게는 틀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다른 생각이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가면 된다. 문제는 본인들이 믿는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과, 기독교와, 교회를 욕되고 하고 나락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그런 사람은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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