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든 말일까?
10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말은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건 아마 남자가 만든 말일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 말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인데, 그때만 해도 남녀관계에서 남자가 고백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10번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 나무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그 고백하는 주체가 남녀 중에 어느 성별인지와는 상관없이.
이 표현을 떠올릴 때면 회사에 다닐 때 같은 팀에 계셨던 나보다 10년 정도 회사생활을 먼저 시작하셨던 선배가 기억이 난다. 그 선배는 40 정도에 결혼을 하셨는데 3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10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믿고, 노력하면 당연히 사랑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셨단다. 그래서 한 사람을 2-3년 동안 호감을 갖고 다가가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하셨다고 하는데, 순정파도 그런 순정파가 또 있을까... 하지만 그 선배는 그 과정에서 '무엇이든지 의지를 갖고 하면 된다'라던 의지론자에서 운명론자로 바뀌셨다고 한다. 특히 형수님과 결혼하게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렇게 찍어도 넘어가지 않던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형수님과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니 어느 순간 결혼식장 앞에 가 있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도 그게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시면서 본인은 종교는 없지만 운명은 믿게 되셨다고 한다.
상대를 원망할 필요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그렇게 노력했는데 상대가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원망을 할 때도 있는데, 그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누군가가 열심히 노력하면 다른 사람이 그걸 다 알아봐 줘야 하나? 사랑은, 연애는 기본적으로 마음에서, 감정에서 시작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상대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사람이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이 없이 시작된 연애는 얼마 못 가게 되어 있는바, 그런 연애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낫다.
또 개인적으로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그 노력으로 인해서 상대가 마음을 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일단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본인의 입장에서 상대에게 뭔가를 굉장히 많이 해주고 있을 텐데, 상대의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에게 그렇게 뭔가를 굉장히 열심히, 많이 해주는 게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상대의 마음에 대한 배려 없이 본인 중심적으로 상대에게 잘해주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나마 조금 열릴 수 있었던 상대의 마음마저 닫히지 않을까?
이는 남자와 여자 모두 그렇다.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거절하면 남자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해줬는데'라고, 여자들은 '여자가 먼저 고백했는데'라면서 상대를 원망할 때가 있지만, 상대가 당신의 마음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자.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수능과 취업을 준비한다고 해서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왜 넘어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노력을 해도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은, 10번이나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본인이 열심히, 잘 해주는 것이 본인 중심적인 방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을 때, 내가 주고 싶을 때 상대에게 표현을 하는 것은 당연히 상대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두 번째로 본인은 상대에게 자신이 '노력할 때'의 모습만 생각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는 노력할 때가 아닌 평상시에 보이는 당신의 모습에서 이성으로써 호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겠나? 설사 상대에게는 정말 잘 해준다고 해도 일상에서 친구들 또는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모습에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당신에 대해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상대가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가 당신에게 없을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이상형과 연애나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필터들은 초기에 사람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 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 틀을 넘어서 이성으로써의 호감이 느껴지려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서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전현무, 한혜진 커플이 서로 이상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필터들을 넘어서는 다른 요소들을 같이 방송하면서 발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정말 좋은 사람임을 알게 해주는 경험을 함께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한 번 거절하면 상대는 절대로 마음을 열지 않아'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가 어떤 이유에서든 누군가에게 이성적인 호감과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한 번 거절을 했다면 그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데는 최소한 1개월, 어쩌면 수개월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두 사람 사이에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한번 거절한 이후에는 상대가 거절함으로 인해서 당신에게 가졌던 불편하거나 미안한 마음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희석되어서 두 사람이 별 일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는 그런 불편한 마음의 잔상이 남아 있는 이상 상대는 그 사람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고백을 했던 사람이 다시 고백할 때 그 마음을 받아주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그 사람에 대한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뭔가 거창한 걸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고백을 받고 거절하고 나면 아무래도 그 사람이 계속 신경에 쓰일 테니, '거절당하고 나서도 내가 불편해할까 봐 배려를 하는구나'와 '나에 대한 마음이 진짜였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줘야한다. 그런 노력 없이 과거에 본인이 했던 방식으로 일방통행을 하는 것은 절대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방법'에 있다.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고 깊어서 그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상당한 시간 동안 배려를 해야 하는데, 그 이후에도 상대가 꼭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상대를 이성으로 느끼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극복이 되지 않는 조건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은 존재하기에. 그 불확실성을 각오하고도 상대에게 집중하고 싶은지 여부는 본인의 선택일 것이며, 그건 누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집중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왜 상대에게 집중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다. 그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정복하고자 하는 욕구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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