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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프리랜서 복귀 삼일차

지난주 금요일이 회사에 나간 마지막 날이었다. 이번 주만 해도 그 회사에서 알던 아이들과 식사 자리가 3번이나 있어서 실감은 나지 않지만, 난 공식적으로 그 회사와의 4대 보험 관계가 끊어졌다. 곧 건강보험 납부하라고 용지가 날아오겠지.

다시 프리랜서가 된 게 실감이 나지 않은 건 아마도 쉴 틈도 없이 그다음 날부터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몰아쳤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겸업 허용을 조건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보니 회사일을 하느라 밀려서 처리하지 못한 일들의 마감일이 다 10월 중으로 몰려있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엄청 많았다. 오늘 오전까지 보내야 하는 글 하나, 내일까지 보내야 하는 글 하나 작업물 하나, 이번 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하나.

좋게 말하면 항상 일복이 있는 편이다.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고 나서도 회사에 나가야 했고, 회사에서 나오면서 프리랜서 일감이 들어왔으며, 이번에도 사실 회사를 떠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정말 관심이 있던 회사에서 프로젝트로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왔기 때문이니까.

그런데 정작 난 사실 좀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죽을 것 같을 때면 찾았던 제주도를, 10월 중에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제주도를 찾더라도 내 캐리어나 배낭 안에는 노트북이 있을 것이다. 항상 그랬으니까.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때로는 일중독자처럼 일하는 과정은 즐기는 편이었으니까.

회사를 나온 다음날, 하루 종일 글을 보고 쓰다 독서모임을 끝내고 다시 내 공유사무실에 앉아서 깨달았다. 회사에 들어감으로써 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희생시켰었다는 것을. 그리고 후회했다. 고작 3개월이지만 그 3개월 동안 내가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수 없었단 사실에 대해서. 그러면서 깨달았다. 내가 얼마 복에 겨워서 원망이 가득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에 대해서.

앞으로도 그런 실수는 계속하겠지.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그런 실수를 하고 나서 최대한 빨리 그걸 되돌이킬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정도일 듯하다. 인간이 어떻게 실수 자체를 안 하겠나?

마침 오늘, 브런치에서 글을 쓴 지 2년 반이 지나서 내 글의 총조회수가 400만이 넘었다. 지금 발행된 글 숫자가 566, 중간에 한번 정리한 글들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600개 이상의 글을 쓴 것이다. 문득, 내가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지를 실험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의 여정이 최소한 실패는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감사한 프리랜서 삼일차다. 이 마음이, 이 생각이, 이 확신이 오래 지속되고, 자주 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