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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난 글을 그냥 쓰는 줄 알았다.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글 쓰는 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편이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많이 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술은 해야 할 때만 하고, 담배는 아예 피우지 않으며, 이상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게임은 하지 않아 왔기에 난 내가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동시에 취미 비슷한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 글쓰기가 특기는 아니어도 취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그 생각도 오만이었다는 생각이 지지난주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와서 들더라. 글 쓰는 게 어려웠다. 겨우 3개월 정도 글을 꾸준히 쓰지 못했을 뿐인데 내 머리도 손도 녹슬어 있더라. 그리고 프리랜서로 하는 일들이 엄청 밀려 있으니 브런치에서 쓰고 싶은 글들은 잡히지가 않더라.

그러면서 처음 느꼈다. 나 자신에게 공간을 주고, 생각할 시간을 줘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난 내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을 때는 글이 나오지 않더라. 적정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걸 글쓰기로 해소할 수 있지만 다시 프리랜서가 됨과 동시에 일이 엄청나게 몰린 이후에는 내가 일로 써야 하는 글이 아닌, 브런치에서 쓰는 글들은 진도가 나가지를 않더라. 그 시간에 잠을 자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누워서 멍 때리게 되지. 

예전보다 많이 사람다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안에 있는 오만까지는 아니지만 자존감보다는 조금 강하고 자만심보다는 약한 정도의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가 내 안에 존재했음을 발견했다. 죽을 때까지 이 과정은 계속되지 않을까? 

그래도 이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일단 밀린 일들은 처리했고, 일단은 내가 계획한 범위 내로 일을 조정해놨다. 2주 만에, 2주 동안 미친 듯이 일을 한 끝에 가까스로 도달한 지점. 여전히 쓸 글도 2개 있고 큰 작업도 하나 남았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도 감사하며, 남은 하루는 조금은 내가 즐거워하는 일들을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