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또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하나는 "내 친구 000네는 000했대"가 아닐까? 그런데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연애를 내 연애와 비교하기 시작하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빠져나오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비교를 어디에선가 멈추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연애에 있어서 비교를 할 때 다른 관계, 연인, 부부의 일부분만을 조합해서 비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커플은 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이트를, B라는 커플은 조용한 곳에서 쉬는 데이트를, C라는 커플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데이트를 주로 한다고 치자. 그런데 A, B, C 커플 중 한 명이 친구인 D가 있다면, D는 맛집을 가고 싶을 때는 A 커플의 얘기를, 쉬고 싶을 때는 B커플의 얘기를, 활동적인 데이트를 하고 싶을 때는 C커플의 얘기를 하면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맛집도 찾아다니고, 쉬면서, 활동적인 데이트를 다 하는 커플은 없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연애를 보게 되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그때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떠오르고, 그 부분과 본인의 관계를 비교하게 되어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정말 돈이 많은 연인을 만나고 있는 A는 가끔씩 명품 선물을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이 될 수 있는 반면, B는 명품에는 관심도 없고 본인이 소소하게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고, C는 선물 자체보다 연인이랑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치자. D라는 사람이 만약 본인 연인에게 A의 예를 들면서 연인에게 불평을 한다면, 그 연인은 B 얘기를 하면서 '너는 나한테 아무것도 챙겨준 적도 없지 않느냐'라고 반박하면서 C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데 너는 왜 그렇게 바라는 게 많냐고 반박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사람의 어떤 연애를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남의 연애나 결혼생활과 비교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 비교를 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비교의 내용으로 삼는 것이 대부분 그 사람들의 연인관계 전체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의 예를 그대로 들어보자. 명품을 선물할 수 있는 A의 연인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바빠서 A와 자주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본인이 소소하게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는 B는 상대가 받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섭섭하다는 것을 엄청나게 티를 내면서 짜증을 내는 사람일 수도 있으며, C는 상대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고 본인이 시간이 될 때 계속 보자고 보채는 사람일 수도 있다. 자, 위에 예시를 읽었을 때와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했을 때 느낌이 어떤가?
사람들은 누구도 자신의 연애 전체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드러내지 못한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트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 설명하겠나?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연인 혹은 부부관계는 모두 화자에 의해서 [편집된] 내용이고, 그건 그 화자의 주관적인 시각에 의해서 편집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연인 흉을 보는 듯해서 좋은 이야기만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만, 사실은 속으로 헤어질지 여부를 몇 달째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너무 좋은 얘기를 하면 핀잔을 듣거나 재수 없다는 피드백을 들을까 봐 부정적인 얘기를 주로 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헤어질지 여부를 결정하기 직전이 아니면 주위 사람들에게 내 연애 얘기를 아예 공유하지 않는다. 그건 두 사람 간의 얘기고,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방법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대화에서 부각시키는 자신의 연애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A커플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고, 내 연애는 불행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A커플이 더 일찍 헤어지는 경우가 있고, B커플이 굉장히 불행해 보였는데 결혼까지 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정보가 그 관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남의 연애와 내 연애는 비교할 필요가 없다. 그 두 연애 간에는 우선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내 연애에 대해서는 내가 다 알지만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내가 10%도 알기 힘든 게 현실 아닌가? 그러니 내 연애에 집중하자. 중요한 건 남이 어떻게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A네는 이렇대"가 아니라 "나는 000한게 000해"라고 말하는 게 맞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반응도 "B는 그렇지 않잖아"라고 반응할 필요도 없다. 당신의 연인은 당신의 연인이고, B는 B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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