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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소개팅과 연애

 

소개팅을 하는 이유

가장 이상적인 연애는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관계다. 뭔가를 같이 하다가 친해지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어 연인이 되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런 연애의 문제점은 헤어지고 나면 타격이 있다는 데 있다. 보통 그런 '자연스러움'은 특정 집단에서 이뤄지게 되는데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나면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상 둘 중에 한 사람은 그 집단을 떠나게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헤어지고 나서 왜 두 사람이 그래야 하는지는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물론 헤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감정이 상할 확률이 높아지는바,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굳이 장기적으로 그래야 하나 싶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나도 그 때문에 다니던 교회에서 호감을 갖고 있어도 표현을 하지 못하다가 교회를 옮기면서야 표현을 해서 연애를 시작한 적도 있다. 

어떤 사람은 위와 같이 한 집단에서 만나게 되면 헤어진 이후에 어찌 될지가 신경 쓰여서 소개팅을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속한 풀에서 본인 짝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 소개팅을 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만나는 사람들의 풀은 뻔하지 않은가? 그리고 한 회사에서 같은 부서에 괜찮은 또래 이성이 존재할 확률도 매우 낮고 말이다. 잘해야 거래처 사람인데, 거래처 사람은 갑을 관계에 따라 조심스러운 면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 정서상 헤어질 경우를 생각하면 어지간한 확신이나 마음의 크기가 아니면 그런 연애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되는 모임이나 집단이 학부를 졸업한 이후에는 많이 없기 때문에 소개팅이 어쩔 수 없이 연애의 주된 루트가 되게 되어 있다. 나이가 조금씩 들고, 주위 사람들이 결혼을 많이 하게 되면 그나마 그런 소개팅도 하기가 어려워진다. 기혼자들은 기혼자들끼리 대화가 통해서 그들끼리 어울리게 되기 때문에... 소개팅 앱을 찾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소개팅의 공식

그런데 문제는 소개팅을 해서 만난 사람과 누구나 처음에는 어느 정도 낯을 가리거나, 가면을 쓰고 만나게 된다는데 있다. 그래서 사실 2-3번을 만날 동안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을 좋은 모습만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포장하지 못하는 부정적이거나 본인과는 맞지 않는 면이 처음부터 보일 수도 있지만 소개팅을 어느 정도 해서 노련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2-3번 만난 사이에서 사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연인인 관계는 보통 3-4회 정도 만났을 때 공식화되는 편이다. 아니 나는 최소한 그렇게 공식화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소개팅에서 만난 적이 많이 있다. 물론 10번 이상 만나고 나서야 마음이 열린 사람도 있지만, 그건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인 듯하고 보통은 3-4회 정도 만나고 나면 연인이 될지 안될지를 인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소개팅 문화가 된 듯하다. 그리고 보통은 연인으로 공식화된 시점에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스킨십을 하기를 기대하고, 그러다 보니 소개팅으로 만난 연인들은 많은 경우에 마음이 열리고 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길을 걸어야 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낯선 두 사람이 만나서 2-3번 정도 만나고 나면 스스로 자신을 더 설명할게 그다지 없게 되고, 만나서 영화를 한번 보고 나서는 또 뭐를 해야 할지 망설여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어색함을 넘어서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만난 지 3-4번 만에 서로가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된다.

제3의 길은 안될까?

그런데 사실 꼭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이가 들수록 의구심이 든다. 사실 연인이라는 것은, 그리고 조금 더 나가 부부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인 관계인데, 그렇다면 서로 불편한 것이 아니라면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들끼리도 연인관계임을 공식화하지 않고도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같이 만나는 게 편하다면, 좋다면, 그냥 그 편안함을 누리고 본인이 좋아하는걸 같이 할 사람과 자연스럽게 만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두 사람이 서로를 어느 정도 이상 특별하게 여기게 될 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에 외국인이 본 한국인의 연애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한국 사람들은 연애에 공식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지적었다. 그렇다. 사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연인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한다. 같이 보다 보니 감정이 생기고, 또 보고 싶다 보니 반복해서 보고, 그러다가 상대가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느껴졌을 때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선을 긋고 여기에서부터 연인의 기준!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실 스킨십의 문제도 연인이어서 스킨십을 하는 게 아니라 스킨십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사회적으로 특정 행위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말이다. 

내가 처음으로 소개팅을 했던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때 소개를 받았던 친구와는 여러 번 만났지만 연인이 되지는 않았고, 우리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소개팅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게 그때는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서로에게 소개팅을 다시 시켜주는, 한국에서는 절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관계가 형성됐었다. 그런 관계가 형성된 것도 물론 그 친구와의 관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소개팅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일종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 관계가 꼭 연인으로 발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소개팅이라는 제도(?)는 그렇게 자리를 잡아버린 것일까? 그건 아마도 효율성과 목적 지향적인 만남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가 좋아서 연애하기보다는 연애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여러 번 만나다가 서로가 아닌 것으로 결론지어졌을 때 그 만남들은 내가 추구했던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로 규정지어지는 것이 아닐까? 

물론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편하지 않은 사이까지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개팅으로 만났어도 서로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오래보다 보면 감정이 생길지도 모르는 잘 통하는 사이들 마저도 효율성과 목적지향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다시 보지 않을 남남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효율성과 목적지향성으로 인해 많은 연애가, 연인이 건강하지 않아지는 것 같은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