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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일반적인 신앙에 대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와 한국교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일부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우한지역에 기독교를 탄압하는 세력이 커서 하나님께서 벌하신 것이라니, 신천지를 하나님께서 드러내고 벌하신 것이라니 하면서 설교하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일하실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지 않으신다고 하지만 그 주장은 구약에 있는 수많은 예시들로 반박될 수 있다. 하나님은 정말 안되겠다 싶은 시점에 개입하고 벌하셔서 하나님의 자녀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는게 잘하는 것이란 것은 아니다. 이는 그런 시선 자체가 정복주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말 이면에는 내가 믿는 신이 우월해, 내가 믿는 신이 이렇게 일하는거야, 이것봐 내가 믿는 신이 이렇게 하지? 라는 시선이 깔려있다. 구약성경에 그러한 시선이 없지는 않다. 특히 민수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복하면서 길을 나갈 때 그런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는 지금과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들이 정복한 집단들은 그들에게 위협이 되고, 그들이 앞으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대상들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하나님이 하나님 됨을 아는 이들도 없었다. 아브라함, 야곱, 이삭에 대한 이야기도 모르는 자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직 힘의 논리로 서로가 이기조 질 때 그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들을 부수고 나가는 길 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근대국가는 굉장히 견고한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있고 말이다. 교회도 공동체지만 사회도 공동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은 우리의 또 다른 공동체인 국가와 사회에 저주를 퍼붓는 일이다. 너희들은 틀렸어, 잘못되었어라고 말이다.

예수님을 믿는다면, 예수님께서 한 지역에 공동체로 사는 사람들 중에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퍼부으신 적이 있는지를 찾아보기 바란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왜곡하는 자, 자신을 드러내려는 자, 위선자들을 비판하고 그들을 지적했지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으셨다. 그들에게는 자비와 기적으로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알게 하셨고 사랑을 베푸셨다. 

이런 시대에,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교회는 대립각을 만들고 지적질하며 자신들만의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 물론 하나님께서 그렇게 일하실 수 있고 일하시는 것일 수도 있다. 그건 마음 속으로만 믿고,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드러내는 모습과 목소리는 달라야 한다. 사랑을 베풀어야 하고, 품어야 한다. 

신천지? 누가 봐도 이단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단인 것은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자신들만이 공동체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성경 어디에, 예수님이 언제 그렇게 행동하셨나? 그리고 세상에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 안에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그들도 잘못된 것으로 만들자고 교회에 침투해서, 이번 주말에 그 안에서 예배를 드려서 '신천지만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교회가 문제다'라고 사회적 분위기를 가져가자고 하는 집단이 예수님의 말씀을 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지금의 한국교회들은 완전히 다른가? 지금의 한국교회들 중 그런 모습을 보이는 곳은 전혀 없는가? 

신천지는 이단이다. 그런데 신천지가 만들어지고 커질 수 있는 것은 한국교회들이 맹목적인 순종을 요구하고, 교회 안에서 말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천지가 형성되는 초기에 신천지로 향한 사람들은 성경말씀에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성경공부 하자]는 말에 넘어갔고, 한국교회들이 일반 성도들의 성경적 지식을 제대로 함양시키고 기초를 단단하게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천지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신천지는 한국교회의 기복주의 신앙이 낳은 극단적인 괴물이다. 

그렇다면 신천지는 배척할 대상임과 동시에 신천지를 보고 한국교회들이 회개하고 교회 내부를 제대로 공동체로 다져야 한다. 성경으로 돌아가서 말씀을 읽고, 하나님을 알아가며, 공동체 안에서 그 말씀대로 서로를 붙들어야 한다. 만약 하나님이 신천지의 길을 막아서시는 것이라면, 한국교회는 더더욱 신천지가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하면서 돌아보고 내부를 제대로 정비하고 말씀을 바로세워야 한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국교회에는 그러한 반성이 없다. 그들은 지금도 신천지를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 축배를 든다. 사람들이 아픈데, 죽어나가는데 하나님의 승리를 말하며 신천지가 타격을 입는 것에 집중해서 축배를 드는 사람들이 있다. 설사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신 것이라고 해도 그걸 입 밖에 내서 말할 필요는 없다. 그건 하나님의 전쟁이고,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그건 사람을 품고 사랑하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전쟁을 일으키고 가신다면, 우리는 그 뒤를 따르며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이 주신 무기인 사랑으로 그 뒤를 따라가야 한다. 그게 성경적인 기독교인의 반응일 것이다. 

예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신천지를 배척해야 하는 것은 맞다. 집단으로써의 신천지는. 하지만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은 기도하고 사랑하고 품어야 할 대상이다. 한국교회는 신천지를 집단으로 배척하기만 했지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했나? 신천지를 배척하는 기도모임은 들었어도, 그 안에 있는 개인들이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는 얘기는 들은적이 없다.

그들은 한국교회의 기복주의 신앙으로 인해 만들어진 괴물인 신천지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군다나 국가적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종교적인 대립에 집중하면서 기뻐하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다운 모습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