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는 체질이다. 어렸을 때는 그 근거를 찾지 못하다가 '신진대사율'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에 얼마나 고마워지던지... 타고난 신진대사율이 낮은 사람은 적게 소모시키기 때문에 지방이 축적되게 된단 얘기에 이젠 내가 살이 붙는 체질인걸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항상 운동을 해야만 컨디션이 좋아지는 편이고, 또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운동들을 많이 해왔기에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한다. 운동과 살은 별개의 문제지만.
그래서 사실 별의별 다이어트를 다 해봤다. 그리고 대부분 다이어트는 오랫동안 지속하지는 못하겠더라. 디톡스를 하면서는 일상에 지장이 오기도 하고, 원푸드는 질려서 못하겠을 뿐 아니라 그런 다이어트는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그 식습관을 유지하기가 힘들더라.
그 과정에서 내가 그나마 찾은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모델은 아침에 탄수화물과 야채, 과일을 어느 정도 섭취한 이후 점심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먹고 저녁을 많이 엄격하게 단백질과 야채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아 물론 정말 못 견디겠으면 뻥튀기와 같이 조금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져서 더 이상 넣지 않게 되는 탄수화물류(?)는 적절하게 섭취해 준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정말 마음껏 먹는 자유를 나 자신에게 허락하곤 하는데, 이런 식단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자유를 누리는 날에 다른 게 크게 당기지를 않더라.
그리고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은 운동은 다이어트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결국은 식단조절이 핵심이라는 점... 내 경험에 의하면 운동은 식단조절을 해도 몸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하고, 몸 안에 근육량을 유지시켜줌으로써 신진대사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운동 중에서 유산소 운동이 운동을 하는 순간에는 지방을 많이 연소시켜주는 것은 맞지만, 근력운동을 해서 근력이 어느 정도 이상 유지되면 근육을 사용하면서 칼로리 사용이 평소에 늘어나게 되기에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수영인 듯하더라. 그리고 참고로 어떤 운동도 근력운동'만'되거나 유산소 운동'만' 되는 경우는 없다. 달리기를 할 때도 다리에는 근력운동이 되고 있고, 아령을 들어도 숨을 잘 들이 마시고 내쉬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어느쪽으로 집중이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쨌든...다이어트를 해야 할 필요성을 어렸을 때는 사실 외모적인 측면 때문에 절실히 느꼈었다. 회사 1-2년 차 때 다른 게 재미가 없다 보니 몸 만드는데 집중을 해서 체지방으로 12% 정도까지는 그래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매일 체중을 재고, 건강검진 때 체지방이 감소되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제 30대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그때 뺐던 살들이 다시 붙고, 빠지고, 붙기를 반복한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내 건강을 넘어서 피로감을 낮추기 위해 식단 조절을 한다. 작년에 기껏 뺐던 살이 다시 작년 연말, 올해 초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지난 몇 달간 논문 작업을 하면서 원상복귀 +알파가 되면서 이제는 내 안에 이 무게를 감당할 힘이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기 시작했기에... 외관이 아니라 내가 덜 힘들기 위한 식사조절을 시작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되는구나...
이제 식사조절 3일 차. 부모님과 다시 함께 살면서 그래도 어머니께서 칼로리가 조절된 도시락을 싸주셔서 식단을 챙겨야 하는 귀찮음은 많이 덜해졌지만 역시나 식단 조절을 시작하는 1-2주는 참으로 괴롭고 힘들다. 뭔가 맡고 있는 일들이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것도 분명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금 이렇게 어지럽고 정신이 없는 것의 6할 이상은 이런 식단 조절의 부작용이 아닐까...
오늘도 식단 조절로 힘겨운 여름을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오늘도 어지러워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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