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찌는 편이다. 게다가 외가에서 물려받은 살찌는 체질은 1-2주 안에도 10kg는 마음만 먹으면 찌울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사람이 되고는 한다. 턱선이 없어지는 건 기본이고 말이다.
그런데 지난 2-3달간 논문 작업을 새벽까지 하면서 당연히(?) 살이 붙었다. 그리고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태가 되어서 거울을 보니 작년에 힘겹게 뺀 살이 다시 원상 복귀한 모습에 좌절하여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탄수화물을 본격적으로 줄이다 보니 컨디션이 다운되고 심한 경우 무기력증 또는 우울증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면 좀 나아지지만...
재미있는 건 그런 상태가 되면서야 비로소 내게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미래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다른 것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데 반해 나의 자유와 내 가정, 가족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지더라는 것.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무슨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더라.
그런데 이렇듯 단기적인 측면이 아니라 정말 인생이 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들을 찾게 된다. 누구나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정말 끝까지 쥐고 있고 싶은 것을 구분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그리고 그렇듯 힘든 시간을 보내면 주위에 끝까지 남는 내 사람과 나에게서 뭔가를 얻기 위해서, 혹은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붙어있는 사람들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한 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진정한 필요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컵 안에 보석과 흙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로 뒤섞여있다가 물을 부어서 그걸 흔들어대면 물 안에서 두 가지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드러나듯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진정으로 내게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걸 놓치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지 않는가? 그런데 정말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는다 한들 그게 무슨 유익이 있겠나. 어쩌면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우리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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