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연봉협상 관련 기사들을 보고, 이래저래 비하인드 더 씬처럼 현장에서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꽤나 오랫동안 했던 생각이다. 오늘도 관련 기사를 몇 개 보고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은 본인이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왜 그런 연봉이나 몸값을 받는 지를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런 표현을 들으면 너무 차갑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결국 [광고]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몸값을 받는 것이다. 즉, 그들과 유튜버들은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수단이 같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모든 스포츠 구단들은 적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했던 것은 홍보효과가 있거나 오너의 고향인 지자체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자는 사실 전근대적인 협박, 강요에 해당하고, 자본주의 사회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은 전자의 경우다.
그렇다면 스포츠 구단은 어떻게 홍보효과가 있을까? 사람들이 경기장에 가거나 중계를 보고, 응원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그 구단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거나 그 구단의 제품을 사게 되면서 홍보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실 운동선수들은 [팬]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보러 오면서 기업의 광고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팬들은 어떻게, 왜 구장에 올까? 첫 번째는 그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일단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더 많이 본다. 두 번째는 스타가 있으면 많이 오고, 더 많이 본다. 그래서 성적을 내는 것과 함께 스타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팬들이 등을 돌릴 법할 행동을 하거나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홍보매체로서 그들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운동선수들이 팬들에게 잘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연예인은 어떨까?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그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같은 원리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그들이 나오는 작품은 보고, 그들이 입거나 광고하는 것을 사는 경향이 강할수록 그 사람에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경향이 적을수록 그러하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정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경향이 워낙 강하다보니 특정 연예인들에게 돈도 집중되고, 관심도 과도할 정도로 집중되는게 현실이다. 그들에게 뭔가를 권리처럼 요구하는 건 잘못된 것이긴 한데, 그런 왜곡된 사생팬이 생기는 건 또 그래서 완전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생팬들은 (사실은 본인들이 없어도 충분히 인기가 있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본인 덕에 그 정도를 누린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연예인들의 경우 본인만 연기, 노래, 말을 잘한다고 해서 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연기는 작가, 연출, 조명, 상대 연기자들이 다 같이 노력하는 덕분에 그 구조 안에서 본인이 잘 포장될 수 있는 것이고, 가수들 역시 기능적으로 노래하는 것 외의 영역에서는 스텝들이 자신을 포장해주기 때문에 상품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능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이 사라진 이후 스스로 생존하는 출연자도 있지만 짝을 잃으면서 일거리가 확 줄어든 출연자도 있다는 것은 예능도 개인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연예인도 본인을 받쳐주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는 사실 본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연예인은 필연적으로 선택을 당하는 사람인데, 같이 일하기 피곤하고 힘들기 시작하면 당장 얼마 동안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본인 능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나오는 작품은 피하려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만한 실력은 갖추지 못한 사람들과 일하게 될 수밖에 없고, 그런 패턴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어느새 대중들에게 잊혀져 가고, 그에 따라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광고가 이렇게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죄송하지만 운동선수에 상응하는 건 검투사, 연예인에 상응하는 건 광대였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신분이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에는 매체와 광고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그들이 사회에 가져다 주는 효용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와 연예인은 물리적인 광고가 아니어도, 그 실질에 있어서 광고효과 덕분에 몸값이 높아지고, 광고효과는 그들을 잘 포장해 준 사람들과 그 포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덕분에 생긴다. 그걸 기억하면, 몇몇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이 보이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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