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세우고 그녀가 한 말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여자 친구의 차를 타고 가며 스킨십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됐다. 그런데 여자 친구가 대화 중간에 갑자기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나를 한참 동안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친구가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게 만든 단어는 '혼전순결'이라는 단어였다.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을 참 안 좋아하지만 통용되는 표현이다 보니 일단 사용은 했다. 스킨십의 '정도'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쓸 예정이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남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남자들은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워낙 커서 '혼전순결' 얘기를 하는 남자들 중 일부가 변태적인 유사성행위를 하던데 나도 그런 것일까 싶어 걱정이 되어 차를 세웠다고 했다.
다행히도(?)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이다. 물론 지금도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진짜다.
남자는 스킨십이 필요하다.
여자들에게도 스킨십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여자들보다 남자들은 스킨십을 더 필요로 하는 듯하다. 남자가 왜 더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많지만 정답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그러한 설명들은 보통 어려운 언어들로 치장되어 있다. (그것을 생물학적으로 종족 번식을 위해서 그런 성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물론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으나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동물과 인간이 차이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런 식으로 무엇인가를 정당화시킨다면 우리는 사회를, 공동체를 이루며 살 필요가 없다. 그냥 대자연에서 자연 상태 그대로 살면 되지.) 그래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들에게 스킨십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여러 생각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그러한 성향을 설명하는 가장 합리적인 이유는 남자들이 '수용'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연인과 가족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들은 남자들끼리의 대화에서 '수용'을 받지는 않고, 여자 간에는 포옹도 하고 가벼운 스킨십을 하지만 남자들의 경우, 특히 한국에서 남자들은 이성과의 스킨십이 아니면 누군가와 살을 댈 일이 전혀 없다는 현실이 어쩌면 남자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킨십은 수용받는다는 느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고받는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통로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오는 왜곡된 스킨십
그런데 남자들은 또 상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많다. 이러한 마음은 이성과의 스킨십에서 두 가지 극단적인 방식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첫 번째는 과도하게 위축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과격해지는 경우이다. 위축되는 사람들은 보통 본인이 스킨십을 어떻게 할지 모르다 보니 상대방을 과도하게 의식하여 어쩌할 바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 경우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혹은 본인의 욕구가 만족되면 상대도 만족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방통행을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이렇게 되는 것 또한 어쩌면 남자들 간에는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남자들의 대화는 매우 건조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남자들끼리 대화는 스포츠, 연애, 군대, 직장에 대한 것으로 국한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 외의 대화는 서로 상대방을 까면서(?) 우의를 다지는 형태로 이뤄지지 서로의 얘기를 듣고, 반응해 주고, 공감하는 대화를 하는 '남자들만의 대화'는 드물다. 그렇다 보니 그 패턴이 스킨십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곡된 스킨십의 문제점
이처럼 왜곡된 스킨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로 인해 상대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여자들의 스킨십'에 대한 포스팅에서 쓰겠지만 이는 스킨십이 갖는 의미와 스킨십에 접근하는 방법이 여자들은 남자들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남자가 상처를 준 것을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그걸 어떻게 모르냐'라고 하지만, 이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큰지, 그러한 욕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것처럼 남자들도 여자들의 스킨십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왜곡된 스킨십을 계속하게 되면 남자는 그것이 스킨십이 갖는 의미라고 생각하게 되어 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 그로 인해 상처받는 상대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러다 누군가 '이건 아니다'라고 하면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은 안 그랬는데 네게만 문제가 된다'라고 반응하게 된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은 알지 못하고 말이다.
자제하는 남자는 비정상이다?
차를 세웠던 여자 친구와는 다행히도 오해가 생기지 않았고, 그 친구와 만나는 동안에는 스킨십에 대해서는 큰 문제없이 잘 만났다. 그런데 사실 내가 '혼전순결'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상대가 그렇게 기겁하는 것은 내게 낯선 경험이 아니었다. 남자들 모임에서 그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균성 씨가 그 얘기를 할 때 많은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심한 경우에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머리에서 발 끝까지 훑어보는 경우도 있다. 혹시 너 뭔가 생물학적으로 이상한 게 아니냐고, 남자가 그렇게 자제가 가능한 게 말이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그들의 생각과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과 같은 남자인데 왜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겠나? 다만 어렸을 때부터 종교적으로 그렇게 교육을 받아서 그 틀을 잘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을 지나, 주위 사람들을 보며 간접경험을 통해 (스킨십의 정도에 대한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할) 여러 이유로 가정을 꾸려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상대가 있기 전까지는 힘들어도 나 자신과 상대를 위해서 자제하기로 했을 뿐이지 내가 그들과 다른 특별한 인간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말을 하면 여사친들 중에는 그게 당연한 거고 상식적이며 남자들이 이상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사실 스킨십에 대한 남자들의 욕구는 정말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것은 사실이다. 스킨십에 있어서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자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 간의 스킨십에 있어서는 두 사람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존중해주면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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