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속도를 제일 좋아한다. 걷는 건 사색을 하기에도, 주위에 작은 디테일도 놓치기 않기에도 좋지만 자동차, 버스, 지하철이 있는 세상에서 이동하는 수단으로써의 걷기는 조금 느린 편이고 자동차, 버스는 주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에. 지하철은 우리의 시야를 실질적으로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부득이하게 가장 많이 타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 좋아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인생이나 사회적인 맥락에서의 속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너무 빨리빨리에 미쳐있다고 하지만 그 빨리빨리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에 원조를 해주던 필리핀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열악할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지금 북한의 모습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너무 빨리 가는 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데 있다. 사실 빨리빨리 문화가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장을 이끈 것은 맞는데, 또 우리나라에 있는 빨리빨리 문화가 사회 문제 대부분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 아닌가? 경제성장에 치중을 하고 빨리 성장하는데만 초점을 맞추니 인권문제, 개인의 기본권, 공동체 의식, 사회적 가치들은 경시된 측면이 있지 않나?
그리고 사람들은 미국이나 유럽, 특히 북유럽의 예를 들면서 비교하는데 그런 국가들이 갖는 장점 이면에는 그들이 감수하는 느림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는 듯하다. 노동하는 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다 보니 서비스들은 그만큼 느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느리지 않기 위해서는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 나라들에서는 그래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빨리, 많이 일하면 임금을 (잘 받는다고 할 정도로 그런 국가들의 상황을 잘 아는 건 아니라서 잘 받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착취당하지는 않지 않나?
속도는 경제, 사회적 현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실 교육에 있어서도 선행학습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갖는 장점들이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 부작용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오기도 하지 않던가? 공부와 경쟁에 매몰된 사람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알지만 공감능력과 감수성은 아무래도 덜 발달되는 것은 사실 아닌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경향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지난 몇 년간 청와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 아닐까? 국정농단 사태는 경쟁에서 빨리 성공하기 위해 옆을, 성공 외에 다른 것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참극이 아니었나?
이처럼 어떤 속도로 무엇을 하는지는 참 쉬우면서도 어렵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문제다. 빨라야 할 지점에서 빠르면서도 느려야 할 지점에서는 느리고 주변을 살피면서 갈 줄 알아야 하는데 그 균형점이 참으로 어렵단 얘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지점에서 빨리 가고, 어떤 지점에서 느리게 가는 게 맞을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우리 인생 어느 지점에선가는 쉼표를 찍는 순간이 필요하단 게 아닐까 싶다.
빠르게만 가는 것이 분명 답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