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실 관념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중심으로 많이 돌아간다. 실체가 본래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만든 것들 중심으로 말이다. 사실은 '국가'라는 개념도 그렇다. 국가라는 것이 실체가 있나? 어디까지가 국가고, 어디까지가 국가가 아닌가? 법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약속이라며 이 땅에서 내가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는 이유로 나는 처벌을 받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한다. 대의민주주의도 마찬가지.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권리를 양도한 적이 없는데 국회에서 나 대신 이 세상의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래도 위에서 예시로 든 것 들은 손에 잡히는 것이 분명 있다. 법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나오고, 국가라는 것은 그러한 법을 통해, 그리고 내가 외국에 나갔을 때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라는 것은 사실 어디에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경제가 나쁘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안에서 돈을 버는 건 분명한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사실 경제라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이렇듯 경제는 금전적인, 돈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제에 대해서 논하는 것만큼 개인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적 경제'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당할 것을 요구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IMF 때 사람들은 국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금을 다 내다 팔지 않았나? 아 물론 그때 금괴를 금고에 하나 가득 갖고 계셨던 분들도 있었더라만... 어쨌든 경제만큼 국가 단위로 논의가 이뤄지면서도 그 경제가 개인적 차원에서는 와 닿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란 것이 결국 돈의 흐름을 의미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흐름이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로 인해 생활에 곧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작게는 보너스에 차이가 나고, 심할 경우 회사가 망하면 돈을 받을 루트가 없어진다. 주위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아주 가끔 택시를 타게 되면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경제가 좋지 않은걸 피부로 느낀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은 안 쓰고, 회식 자리가 확연하게 준다면서.
내가 비판하고 싶은 건 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우리는 꽤나 자주 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시장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 파이를 크게 만듦으로써 사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래서 국가 경제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는 그와 같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은 망각하고 경제 발전 자체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의 핵심은 발전 이전에 분배다. 사회가 존재하는 것은, 국가와 법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없을 때보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경제발전에 대한 논의를 할 때도 사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분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를 발전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더 많이 분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분배의 양을 조금 줄이더라도 그런 방향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배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경제발전은 결국 그 사회의 소수의 주머니만을 두둑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연봉 1억 원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연봉 6천만 원 정도를 받으면 같은 단위의 금전에 대해 느끼는 효용가치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렇다면 그 사회의 행복지수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최대한의 사람들이 행복지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사회주의 국가처럼 모두에게 다 똑같이 나누자는 게 아니다. 그런 실험은 이미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나? 다만 경제 규모 전체에 대한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을 기준으로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살펴봐야 한단 것이다. 그게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계속 경제발전을 추구해야 할 이유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