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
사람들이 (연애에 있어) 사랑이라고 말하는 감정과 관계의 시작은 불타는 듯한 열정을 동반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그 불은 약해지는 것도 같다.) 두 사람 중에 최소한 한 사람은 분명 뜨거운 마음을 갖고 관계를 시작하고, 그 감정이 어느 정도 이상 전이(?)가 되었을 때 그들은 서로를 연인이라 부른다. 이 시기는 소위 말하는 '콩깍지'가 씌운 상태로 사람들은 보통 그러한 상태를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라. 평생 그러면 심장마비에 걸려 죽는다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그 말이 우습지만은 않은 것은 분명 그러한 감정이 평생 그대로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뜨겁게 불타는 사랑을 추구하기에, 영원히 그럴 수 있는 상대가 있다고 믿기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변할 뿐, 변질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변한다는 것이다. 유지태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물었지만 사랑은 분명히 변한다. 아니 오히려 변하는 것이 맞고, 자연스러우며 당연한 일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묻게 된 건 그들 사이에 사랑이 사라졌기 때문이지, 사랑이 남아 있음에도 그것이 변질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렇게, 사랑은 사라질 수는 있지만 변질될 수는 없다. 사랑이 변질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은 변해간다. 만난 지 일주일 된 연인과 5년 된 연인, 그리고 30년을 같이 산 부부의 관계는 분명히 다르지 않은가? 사람들은 연애 초기에 그 뜨거움을 그리워하느라 놓치기도 하는데, 그것은 만난 지 일주일 된 연인에게 없는 것이 오래된 연인들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들에게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다 (혹은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나쁜 것이 아니다. 연애의 가장 큰 장점은 '내 편'이 있다는 것인데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것 자체가 서로를 그만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은 그만큼 그 사람이 내 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익숙하고 편한 것과 서로에 대한 설레임이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사랑은 변한다. 오래된 위스키처럼, 사랑은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가고, 깊어진다. 소주와 위스키가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처럼 연애 초기의 감정은 그런 감정대로, 깊어진 사랑은 또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이 분명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소주의 맛에만 길들여져 오래된 위스키의 깊은 향과 풍미를 느낄 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변한 사랑을 누리자.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한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속 사람도 변한다. 아니,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감성이나 사고하는 수준이 아이와 같은 사람들을 보고 (개인적으로 철드는 것이 반드시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철이 없다' 고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사랑도 변한다. 아니 변하는 것이 정상이고 변해야만 한다. 그렇게 깊어진 사랑이 사실 인간이 가장 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시작 (0) | 2020.03.11 |
---|---|
사랑은 어렵다 (0) | 2020.03.04 |
사랑하기 위한 전제조건 (0) | 2020.02.23 |
사랑은 원래 어려운 것 (0) | 2020.01.27 |
사실상 '미투'의 시작점 (0) | 2020.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