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몇 년이 있으면 40년이 되는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의 연애와 몇 번의 이별, 그리고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의 결혼생활을 통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하면서 해왔던 생각들, 그래서 머리에 나의 생각으로 정리되었던 생각들은 사실 브런치에 이제 거의 다 정리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앞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에 대한 글은 이전에 썼던 내용들에서 더 핵심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하는 점을 인간이라는 존재와 엮어서 추출해 내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될 것 같고, 결혼은, 내가 가정을 함께 꾸려도 될 것 같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 내가 거의 1년 동안 이 안에서 써온 글들을 읽어내려가보고는 하는데, 나의 글솜씨도, 내가 쓴 내용들도 민망할 때가 많아서 그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내가 쓴 글이지만 내가 끝까지 읽지도 못하고 창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글들을 브런치에 살려놓는 것은, 그 또한 나의 모습이며, 시간이 더 지나 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내 생각이 변하더라도, 그 글들이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기억할 수 있는 자료로 남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글을 읽어내려가다보면 드는 생각은 '난 연애를 참 어려운 것으로 설명하고 있구나'라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가끔은 내 글이 내 예상보다 많이 읽힌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가벼운 글들이, 피상적인 글들이, 정답을 제시해주는 듯한 글들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 그런 글이 특히나 많은 온라인에서 이렇게 고지식하고, 원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연애를 어렵게 만드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렇게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면에 '연애를 뭐 이렇게 거창하게 만들어서 포장했어? 연애 하나 하는게 뭐가 그렇게 어려워야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인생 뭐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야 하냐며, 그냥 좋은게 좋은거고, 쉽게쉽게 하면 좋지 않냐고 말이다. 만약 그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연애는, 사랑은 '사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냥 쉽게 쉽게 갑시다'라고 생각하는데서 발생하지 않나? 그게 사실은 사람에 대한 것임을 망각한 상태로 말이다. 비상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데 '뭐 그렇게 원칙을 까다롭게 해 일단 공간이 없으니까 여기에 짐을 쌓아놓고 있지 뭐'라고 생각해서 아직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고, '뭐 불이 나겠어 그런거 설치하지 말지'라고 생각해서 불길을 잡지 못해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고, '철근 좀 빼면 어때. 무너지겠어'라고 쉽게 생각해서 다리와 건물이 무너졌다. '그냥 쉽게 쉽게'라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을지를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연애에서 '쉽게 쉽게'로 생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실 최근에 문제가 되는 성추행과 관련된 사건들도 '그냥 대충 쉽게 쉽게'라고 가해자들이 생각한 것의 결과 아닌가? 그런데 그런 현상들은 연애, 그리고 결혼을 한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지 않나? 데이트 폭력은 사실 결국 '너 왜 내 마음대로 조정되지 않냐'고 생각하는데서 나오는 결과이고, 꽤나 많은 사람들은 연인에게 아직도 스킨십을 강요한 이후에 '내숭 떤 것이고 본인도 원했다'고 생각하며, 꽤나 많은 사람들은 또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본인이 무엇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가? 연애에서 그런 패턴은 모두 본인 중심으로, 본인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연애를 '쉽게 쉽게' 하려는 모습에서 나오는 결과들이 아닌가?
데이트 폭력은, 성적으로 이성을 추행하는 것은 그것을 당하는 사람에게 때때로 평생 지고 가는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서 그 이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때로는 잘못된 연애의 경험이 그 사람이 미래에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데 장애물이 되는 심리적인 충격을 주기도 한단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성에 대해서 아예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아예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상처를 받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으로 상처를 받으면 안된다'고 해서도 안되는 것은, 그 상처를 주는 사람의 욕정, 욕구, 감정이 본인이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 상처를 본인이 받고 싶어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연애는 어떻게 생각하면 복잡할게 전혀 없다. 서로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그 감정이 더 깊어진다면 두 사람이 만나면 되는 것이고, 상대가 본인을 그러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거나 그렇게 존중하면서 만나는 것이 그 관계에서 오는 행복의 총량에 비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면 헤어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은, 연애는 사람의 감정이 관여된 것이고, 인간은 상대의 마음이나 감정은 물론이고 본인의 마음과 감정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상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상 알기 전까지는 항상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잘못된 관계는, 연애는, 결혼은 상대는 물론이고 자신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는, 사랑은 사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원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쉽게, 간단하게 하려고 해버리면 그에 관련된 사람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상처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그게 정 피곤하고 힘들다면 연애를 포기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러한 어렵고 복잡한 것은 안하면서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는 것을 하고 싶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그런 이기적인 것이 과연 '사랑'일까?
혹자는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사랑이라면, 연애라면, 결혼이라면 왜 그것을 해야 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만큼 진짜 사랑을 하는 것은 그러한 계산을 의미 없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진짜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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