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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두 글자로 보는 세상

공부

공부 다 의미 없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이건 나중에 써먹지도 않을 것 같은데?'였다. 사실이다. 그때 배웠던 것들을 써 먹기는 커녕 이제는 거의 다 잊어버린 듯하다. 그리고 사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들을 배우지 않았다고 해서, 성적을 잘 못 받았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고등학교 때 놀고 성적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놀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익혀서 사업을 더 잘 해 돈을 더 잘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중고등학교 때 했던 공부는 실용성으로 따지면 극소수의 사람들 외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많은 사람들은 대학에 가서 하는 공부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하지만 공대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 대부분 전공은 사실 현실에 직접 적용할 수도 없고, 그렇게 유용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사람들은 꼭 대학을 가야 하는 것이냐고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다른 것이 있고, 대학에 가는 것이 필요 없다고 느껴진다면 굳이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대학을 가지 않았단 사실로 무시를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의미 있다!

실용성만 따지면 분명히 초중고등학교와 학부에서 하는 공부는 높은 점수를 받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공부는 지식적인 의미보다는 '사고하는 법'을 익한다는 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과정이다. 언어는 물론 수학도 사실 사람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양해주지 않던가? 그리고 사회, 과학과 같은 과목들은 우리가 그렇게 사고를 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준다. 이는 여행을 갔을 때 그 국가나 장소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듯이 역사, 과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익히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그러한 지식을 조합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는 재료를 마련하는 것이란 의미다. 

그리고 사실 학부 수준의 공부는 그러한 훈련을 특정된 분야에서 하는 과정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과 전공하지 않은 사람 (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다)은 입사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경영학적인 지식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더라. 다만, 학부시절에 계속 경영학 관련 공부를 한 친구들은 아무래도 회사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회사 '안'으로만 생각할 줄 알았지 그것이 회사 밖의 현실과 부딪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사실 그러한 맥락은 사회과학 관련된 방향으로 공부를 조금 더 한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실제로 회사들의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들의 경우 심리학이나 교육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그와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부

하지만 현실에서 채용은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공대생을 뽑는 부서가 아니면 경영학 전공자가 훨씬 더 선호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입사 동기들 중에서도 경영학을 부전공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엔지니어들을 제외하면 200명 가까운 인원 중에 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현실을 비판할 생각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공부들을 보면 회사들이 그렇게 채용을 한다고 해서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서 내가 말한 공부는 정말로 제대로 된 '공부'를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현상들인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공부'라고 불리우는 행위는 사실 단순 '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때 우리나라 학생들은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해할 시간이나 여유는 주어지지 않고, 평가도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리고 학부에서도 마찬가지. 모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점을 받는데 목표를 두지 더 많이 고민하고,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기 위한 노력들을 하거나, 생각하는데 시간을 쏟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이뤄지는 공부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또 현실적으로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조금이라도 더 잘 먹고,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렇게 깊게,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차피 거의 없으니까 어차피 뽑는 거 안전하게 경영학 전공으로 회사들이 채용을 하는데, 또 회사들이 그렇게 채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경영학에 집착하고 학점에 매몰되는 현실이 말이다. 

장기적인 문제

그래서 사실 채용이 그렇게 이뤄지는 것도, 공부를 그렇게 하는 것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렇게 이뤄져 온 교육이, 그리고 시대가 바뀌고 있음에도 일제시대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일 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에서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노력들을 학원 시스템 하에서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그런 사람들이 성과를 내는 것 외에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존 시스템에서의 실패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부하며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그런 모델들이 많이 나올 때야 비로소 기존 시스템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을 뽑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런 노력들이 기울어지면 학교와 교육시스템들도 그러한 사람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란 의미다.

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변화는 분명 아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영영 일어나지 못할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리 세상이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사고하고 사회적 현상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단 사실이며, 그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그래서 사실 기존 시스템과는 무관하게, 학교 안에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계속 어떠한 형태로든 생각할 수 있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공부하고,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을 때야 비로소 우리 사회에 조금 더 큰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나 한 명이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크다는 건 많은 일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기에, 지금 나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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