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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연애가 급하지 않은 이유

연애 공백기 중이다

공식적으로는 연애공백기 1년. 나를 잘 아는 한 형이 내가 연애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보며 '야 니 연애부터 해'라고 핀잔을 줬고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지난 24개월 중 16개월은 연애를 할 수가 없는,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고, 올해의 지난 3개월은 자발적 솔로 상태(?)라며 항변하지만 놀리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그런 상황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연애를 한다면 글을 쓰고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나를 놀리는 그 형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내가 과연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면 이런 글을 이렇게 쓰고 있을까 싶었다. 연애를 하면 보통 SNS도 급격하게 줄고, 내 일 외에는 주로 그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에서 정말 친한 사람들은 내가 연락이 뜸해지면 연애하는 걸 알게 될 정도인지라 아마 이런 글도 쓰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만약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내용이 글에서 묻어 나오게 될 것이기에 아마 스스로 연애에 대한 글은 쓰지 않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이는 남녀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가급적이면 둘 사이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게 어떻게 절제되고 자제되겠는가? 연애 얘기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쓰면서 어떻게 연인이,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 아닐까?

그래서 사실 내가 이런 글들을 쓰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솔로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급하지 않은 이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또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급한 것도 아니다. 27살 이후로 처음으로 1년 이상의 연애공백기를 겪고 있음에도 말이다. 소개를 받는 것도 나를 어느 정도 이상 잘 아는 사람 3-4명에게만 '가능하면 내가 외모는 확인하고 싶고 나머지는 알아서 알아봐 달라. 당신들을 믿는다'라고 던져 놓고 가만히 있는 중이다. 못 찾겠으면 말고 주의로 말이다. 소개팅을 많이 한다고 인연을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작년 상반기에 느껴기에...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 지금 혼자 있는 삶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일상에서의 자유로움도 만끽하고 있기에 사실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를 만난다면 내가 혼자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게 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애를 하고 싶진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어딘가에는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기에 그렇게 급하지 않기도 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상태에서는 정말 건강하게 누군가를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돌이켜보면 내가 힘들 때, 정말 외로울 때 누군가를 만나면 그때는 내 일상이 그 연애와 함께 조금씩 무너졌던 것 같고, 그런 연애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기도 하는데, 그러한 관계는 필연적으로 어느 순간엔가 어떤 이유로든 끝나게 되어있더라. 그래서 '혼자 건강하게 잘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났을 때야 비로소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진짜일지도 모른다.

토크쇼 택시에서 어느 한 여배우가 이혼한 이유에 대해서  말이 기억난다. '둘이 있을 때 외로운 것보다는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게 나을 것 같아서' 헤어졌다고 하더라. 그런데 반대로 연애는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데, 같이 있으면 더 행복해지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리고 그럴 때 우리는 정말로 상대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연애를 위한 연애는 하지 말자. 우리가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게 될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때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