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목적인 사회
사람들이 왜 연애를 천대하고, 별 것이 아닌 것처럼 여기가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우리 사회가 너무 목표지향적인 삶이 되고 인간성이 상실되어서 그랬던 것으로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꼭 그게 이유인 것만 같지는 않다. 어쩌면 연애가 중요하지 않다고 사람들이 여기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시시껄렁한 얘기하는 것' 또는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인 관계'로 여기고 연애도 사람들 안에 있는 수많은 목표들 중에 하나로 여기기 때문인지 모른다.
연애를 그러한 '목적'으로 바라본다면 연애는 인간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 맞다. 나랑 짝인 사람 (혹은 심한 경우 실질적으로 내가 소유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 자체, 그리고 육체적인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사실 연애가 인간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맞다. 그런 짝이 있는 것 자체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질 상대가 있는 것이 우리 삶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가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이 목적일 때 생기는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애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어디 연애뿐인가? 결혼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게는 어떤 사람이 필요하고, 연인 또는 아내/남편과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것보다 일단 연애 중이라는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결혼을 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연애와 결혼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경우, 물론 그 관계가 엄청나게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을 우리는 현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연애나 결혼 자체가 목적이 되다 보니 사람들이 이혼 사유로 드는 '성격차이'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우습거나 의례적인 얘기가 아닌 것이 사실 결혼 자체가 목표가 되게 되면 서로가 성격적으로 맞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격을 맞춰보는 과정을 생략하고도 조건을 중심으로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애와 결혼 자체가 목적이 되면, 연애와 결혼을 할 때까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게 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 결과 연인 또는 부부가 된 이후에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연애와 결혼이 목적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즉, 사람들이 연인이 된 다음에 연인이 변했다거나 결혼한 이후에 변한 것은 사실 그 연인이 무의식 중에라도 그 사람과 연애 또는 결혼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연애도 결혼도 과정으로 접근하자.
사실 연애와 결혼은 목적으로 접근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는 애초에 누군가를 연인이 될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결혼상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연애와 결혼이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 뇌는 그 사람을 왜곡해서 보거나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게 하고, 덜 중요한 것을 강조해서 보게 만들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연애는 상대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이 생길 때, 상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느껴질 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어야 하고 결혼은 상대방과 평생을 내게 1순위인 친구로 옆에서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과 신뢰가 생길 때 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애와 결혼은 두 사람 간의 감정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로써 나와야 하는 것이지 그 두 가지가 처음부터 우리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2세를 생각하면 언제는 결혼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들 간의 결혼이 동물들을 교배시키는 것과 다른 게 무엇인지 묻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말은 쉽지만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우리가 연애와 결혼을 이렇게 접근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주위에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정답이 있는 것처럼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연애와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같이 공유하는 감정, 같이 한 경험, 그리고 두 사람 간의 신뢰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어느 쪽도 두 사람 사이의 감정과 신뢰를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러한 감정과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과정'이 연애와 결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려는 시도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는 연애, 연인, 결혼과 같은 결과물보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과정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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