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서 손을 놓고, 압박에서 벗어나면 일이 잘 풀리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랑학개론'에는 글을 내킬 때 자유롭게 쓰기로 하자 주제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역시 무엇이든 욕심을 내면 다가오지 않는 것이었던가? 이 주제는 사실 몇 년 만에 완전히 자유인(?)이 되고 이 시기에 뭔가에 구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되면서 주위 사람들이 간혹 만나보겠냐며 소개를 시켜주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다.
사실 난 이제 내 상황과 나이를 고려했을 때 나를 어느 정도 이상 아는 사람이 소개를 시켜주신다고 한다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나보고 있는데 그러한 경우들의 공통점이 희한하게도 상대와 내 거주지역이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를 많이 접하고 있다. 그런 상황을 접하면서 문득 예전에 한창 마담뚜(?) 역할을 할 때 거주지역이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놓는 사람들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물론 그런 부탁을 했던 이들 대부분의 이유는 비슷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직장이나 거주지역, 직장과 직장, 거주지역과 거주지역 중에 하나는 조금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건 당연히 상대를 만나고 연애를 하는데 쓰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렇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끼리 연애를 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보기가 얼마나 힘든가? 당연히 서로 생활 반경이 비슷하면 편한 건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 때는 멀리 사는 사람은 소개를 받고 싶지 않아했다. 그리고 소개팅을 나가서도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생활 반경이 먼 사람들과는 애프터를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게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누구 탓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가용한 시간과 에너지가 제한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한 변화는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고,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멀리 사는 연인을 기꺼이 데려다주고 와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던, 너 피곤하니까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오래 보고 싶어서 굳이 집까지 데려다주던 시절이 대부분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의 무게에 눌리고, 그것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에 대해서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젠 여러 가지 이유로 예전보다 소개팅이 잘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주위에 갈 사람들은 거의 다 간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생활 반경에 대한 내 생각이 변하는 것을 느낀다. '내가 맞출 수 있어'로 말이다. 물론 그 맞추는 정도는 예전에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었던 때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생활 반경이 어지간히 차이가 나면 '피곤해, 그냥 만나지 않을래'라고 생각했던 시절에 난 배가 불러 터졌었거나, 연애가 사실 급하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의 여론(?)에 의해서 급해야 할 것처럼 여겼던 상태였음을 깨닫는다. 지금은 무조건 만나지 않겠다고 하기보다는 내가 어디까지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서로의 생활 반경을 따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연애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삶에서 우선순위에서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애를, 그리고 사랑을 하는 게 우선순위에서 매우 높은 곳에 있다면 생활 반경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지 않은가?
그게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연애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내게 우선순위에서 그렇게 위에 있지 않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놔버리는 것은 어떨까? 물론 주위에서는 네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러다 평생 혼자 늙어 죽을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뭐 내가 그러든 말든 사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내 인생을 책임질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하니 만약 뭔가 생활 반경의 문제로 인해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소개받는 게 꺼려진다면 주위의 오지랖에 흔들리면서 어떻게든 누군가를 찾으려고 하기보다 지금 내 인생에 우선순위에서 위에 놓은 것을 먼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생활 반경 정도의 차이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오지 않겠는가?
다만, 이 논의에서 자칫 잘못하면 '거봐, 생활 반경이 다르다고 나를 보러 자주 오지 않는다면 그건 나에 대해서 그만큼 마음이 없다는 의미야'라는 이상한 해석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떻게 한 사람이 상대에게 완전히 맞춰주기를 기대하는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에게 모든 것을 완전하게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연애는, 사랑은 두 사람의 위치에서 서로 타협점을 찾는 것이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상대가 나에게 뭘 맞춰주고 있지 못한 지를 따지기보다는 내가 상대에게 어떤 영역을 맞춰주고 있고, 맞춰줄 수 있는 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고민과 노력이 하기 싫다면 지금 당장은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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