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신뢰가 없는 연인관계는 그 관계가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계속해서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 만나는 관계를 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부르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정의하고 사용하는 '연인'의 범주 내에는 그런 관계가 포함되지는 않는다.)
내가 상대를 믿어주고 신뢰하는 것이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믿고, 신뢰해 줄 것이며 그래야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상대가 믿음을 '줘야'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믿음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믿을지 말지는 상대방이 아니라 본인에게 달려있다.
물론 상대방이 신뢰를 충분히 주지 않아서 믿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상대방이 솔직하지 않거나 이전에 거짓말로 상황을 회피하려다 걸린 적이 있었다면 상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며, 그러한 경우에는 모든 것이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과거는 잊고 일단 그 사람이 이제는 솔직하다고 믿어 줘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도 점점 더 솔직해질 수 있을 것이기에. 과거를 반성하고 솔직해졌음에도 본인을 믿어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날까? 그러니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단 믿어주자.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런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특별히 믿음이 가지 않거나 신뢰가 안 가는 행동이나 언행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의 과거 연애, 부모님의 부부관계 혹은 다른 관계에서 배신당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상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누구 탓도 아니다. 누구나 그런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면, 그것이 누적되면 상대를 쉽게 믿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본인이 이런 경우라면 자신을 책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인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그런 성향이 정말 강하다면 자신이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사실 누군가의 행동이나 이런 것에 믿음을 쉽게 갖지 못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내가 사실 이런 점이 있어서 조금은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는 것이 두 사람의 관계를 오히려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이 어느 정도 편해졌을 때 나누는 게 상대방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얘기를 해서 상대가 떠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나눠서 떠날 사람이라면 그걸 숨기고 만났어도 언젠가는 헤어졌을 인연이니 솔직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런 관계는 차라리 일찍 끝나는게 낫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아니라 본인 자신이다. 스스로 의심하는 마음, 믿지 못하겠는 마음이 들면 의지적으로 믿자. 그리고 신뢰하자. 만약 여러 가지 노력을 해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 두 사람이 모두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상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강해지지 않는다면 이는 두 사람의 코드가 '다른' 것이지 '틀린'것이 아니기에 억지로 맞출 필요도 없고 맞추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윤미 씨가 본인 남편인 주영훈 씨에게 얼마든지 남자들끼리 같이 자주 가는 술집에 가도 된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를 읽으면서 놀라면서도 상대를 정말로 온전히 신뢰하고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기에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 부부가 그렇게까지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그 발언이 방송용인지 여부는 그들만이 알겠으나 만약에 그 정도로 두 사람 간의 신뢰가 돈독하다면 그들은 어쩌면 가장 이상에 가까운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두 사람의 관계에서 믿음과 신뢰는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연인에게 솔직한 것과 믿어주는 것은 같이 가는 관계이다. 상대에게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상대가 본인을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내가 믿어주면 상대방도 솔직하게 되어있다. 처음에는 숨기거나 보여주지 않는 것이 있다가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솔직하기만 하거나, 믿어주기 위한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어차피 본인이 솔직하지 않으면 본인이 솔직하지 않은 만큼 상대방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대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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