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만났던 사람에 대한 예의

연애를 할 때도 굳이 티를 내지 않는 편이다. SNS에 연인과의 사진을 올린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누가 굳이 묻지 않는 이상 먼저 연애를 하고 있단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헤어지고 나면 항상 이별 후에 느끼는 감정적 후폭풍으로 인해 친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어 연애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뿐이다. 부모님께도 만나는 사람이 있단 얘기는 한 적이 있어도, 만나는 사람을 인사 시킨 적도 없었고, 당연히 주위 사람들과 인사도 굳이 일부로 시키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보낼 시간도 모자라는데, 서로에게 집중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다른 사람을 그 관계에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를 들면 내가 A라는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 나와 A를 모두 알만한 사람에게도 굳이 A를 만나고 있단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내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내가 당연히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 있냐'는 질문을 잘 하지 않기에 그 사람은 내가 A와 헤어진 이후에도 A와 만났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고 누가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굳이 숨기는 편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저 내게 그 질문을 잘 안 할 따름이다.^^

사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인의 연애 이야기들을 주제로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저래도 되나 싶다. 물론 누군가의 개인적인 연애 얘기를 통해서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만에 하나, 천에 하나라도 그 사람이 읽으면 본인과의 얘기라는 것을 알아차릴 텐데, 그 친구들도 알아차릴 텐데... 물론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그래서 그런 분들을 보면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따름이다.

연애를 하지 않고 있을 때면, 아주 가끔은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의 SNS를 찾아보기도 한다. 친구가 끊어져 있어서 보이는 게 거의 없지만, 또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SNS를 활발하게 하지 않는 편이어서 어차피 뭐가 많이 없겠지만 그래도 연애를 하지 않고 있을 때면 아주, 아주 매우 가끔씩 그 친구들의 SNS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면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한다. 지인들을 통해 결혼했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소식을 들으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니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나와 인연이 거기까지였을 뿐.

사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결혼을 하고 나서도 가끔씩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떠오를지가 가끔은 궁금할 때가 있다. 아직까지는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 과거 연인이 어떻게 지냈는지가 궁금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과거에 만났던 사람이, 그 사람과 보냈던 시간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까? 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가끔은 그게 궁금한 게 사실이다.  

내가 만났던 친구들은 내가 이 곳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다. 같이 아는 지인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기에 얘기를 듣고 들어와서 내용을 힐끗 봤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모른다 하더라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래도 내 인생 한 시점에서는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이니 그 관계에 대한 예의는 지키고 싶기에, 나는 아마 앞으로도 내 연애 얘기를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어 있는 공간에 공유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정말 오랜만에 과거의 연애가 생각나서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