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사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어렸을 적에는 이게 참 어려운 문제였는데 얼마 전에 이게 깔끔하게 정리가 됐었다. 인간은, 아니 최소한 나는 먹기 위해 산다는 것으로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에 세 끼뿐 아니라 간식, 차, 커피 등 하루에서 상당한 시간을 먹는 데 사용하는데 그 시간이 그저 생존을 위해 열량을 보충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하루가 너무 우울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를 했었다.
살기 위해 먹는가?
그런데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생각이 많아졌는데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뭔가에 대해서 잘 모르겠을 때 주위에 다양한 변수들을 다 제거하고 가장 본질적인 영역으로 들어가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데 최근에는 사는 것에 대하여 극단적으로 허무주의적인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인간은 왜 사는지에 대해서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없는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멍을 때리며 생각을 해보는데 문득 '원시 시대에는 인간이 왜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때 살았던 사람들과 우리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으며, 그 당시 사회는 어땠을까?
원시시대에 인간은 기본적으로 가족 단위로 살다가, 남녀가 만나서 애를 낳고, 애를 기르다가 살다 보면 외부의 위협이 있으니까 한 두 가정이 모여서 부족으로 살고, 그렇게 부족들이 생기다 보면 힘센 놈들이 약한 놈들을 괴롭히니까 부족들끼리 또 합치고 연합해서 세력을 키우다가 보면 국가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사실 한반도에 있었던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나라들도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결국은 그런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을 것이다. 먹고, 말 그대로 사는 것. 그런데 인간은 자신만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까지도 위했을 텐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었을까? 같이 아끼며 살 가족을 지키며 사는 것. 그리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그렇게 서로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끝까지 들어가 보면 결국에는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자들을 먹이기 위해서 사는 것이니까 결국은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닐런지...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의미에서 사실 우리는 굉장히 행복한, 아니 행복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각양각색의 음식들부터, 길거리에만 나가도 정말 다양한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지 않는가? 이렇듯 다양한 먹거리가 있으니 사람들이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식량이 많이 생산되니 '살기 위해서 건강하게 먹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먹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된 순간부터 정말 많은 것이 바뀐 듯하다. 더 잘 먹고, 더 좋은 것을 먹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오래 벌고 싶어 하는데 사실 돈은 물물교환을 위한 수단이었지 인간의 삶의 목적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지 않았나?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쓰지도 못할 만큼 많은 돈을 벌어서 은행에 저장해 놓고 있으면서도 또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데, 이를 보면 화폐는 썩지 않고 곳간에 쌓아둘 수 있어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 존 로크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 그게 곡식이었다면 썩기 전에 어쨌든 나눠줬을 것 아닌가 어떤 거래를 해서든지 간에...
여기에서 정말 슬픈 것은, 그렇게 먹기 위해서 사는 인생이 되면서, 물질적인 풍요를 더 누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리면서 어느 순간부터 진짜 사랑은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듯하다는 사실이다. 과연 부모들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초등학생에게 학원을 6-7개씩 보내는 것일까? 과연 일부 연인들은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가 다 나에게 맞춰주기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실은 단순히 내가 더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상대에게 그걸 강요하는 것일까?
무엇이든지 정말 본질적인 것은 그것을 가장 단순화했을 때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생각해보면 산업화가 되기 전에 인류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만 보더라도 대부분 인간은 살기 위해 먹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그 안에서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기 위해서 먹을 것을 구해왔고, 서로를 지키고 보호해주기 위해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서부턴가 국가라는 체제가 견고해지고,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가족을 지키고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그 물질들이 인간의 목적이 되어버리기 시작한 듯하다.
어쩌면 우리가 남녀 간의 사랑도, 가족 간의 사랑도 그렇게 어려워하는 것은... 수단이었던 것이 목적이 되어버리면서 우리가 사는 진짜 목적에 대해서 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안다'는 것 (0) | 2020.04.04 |
---|---|
까다롭게 사랑하자 (0) | 2020.03.17 |
인연과 운명 (0) | 2020.03.13 |
사랑의 시작 (0) | 2020.03.11 |
사랑은 어렵다 (0) | 2020.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