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그 놈이 그 놈이다?

부정적으로만 쓰이던 이 표현이 조금은 긍정적인, 혹은 유머러스한 느낌을 갖게 된 것은 이효리 덕인 것 같다. 연애할 만큼 해본 결과 그놈이 그놈이란 결론을 냈다는 말 덕분에 이 표현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 느낌을 갖는 건 나뿐일까? 그런데 '놈'의 여성형에 상응하는 말이 주는 느낌이 조금 그래서 그대로 붙일 수는 없지만, 그 여자가 그 여자라는 표현도 사실 그와 마찬가지로 성립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놈이 그 놈이라면, 왜 이효리는 이상순과 결혼했을까? 왜 이효리는 이상순은 다르다고 받아들인 것일까? 과연 이상순을 만날 시점에 누군가를 만났다면 그 사람과 결혼을 했을까? '만약'을 가정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지만, '만약'을 가정하는 것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도 없지 않나. 만약 이효리가 그 시기에 이상순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효리네 민박에는 이상순이 아닌 다른 남자가 출연했을까?

그녀를 개인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 시기에 그녀가 만난 사람이 그녀의 옆을 지금도 지키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한다. 그건 그때 그녀는 그와 같은 사람과 서로 잘 맞을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아마 누굴 만나더라도 그가 가진 매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그 사이에 두 사람이 다, 혹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와 달려진 면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난 시기에는 아마 두 사람이 서로 가진 매력을 가진 사람과 만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녀는 그놈이 그 놈이라고 한 것일까? 그건 아마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녀가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분명 굉장한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효리네 민박에서 그녀가 몇 번이나 말했듯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대가 그 매력이 아닌 다른 거슬리는 면이 더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지만, 그 사람만의 단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사실 그놈이 그 놈이고, 여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반박을 할지 모른다. 외모만 봐도 다르지 않냐고, 재력만 봐도 다르지 않냐고 말이다. 그런데 남자가 간통으로 잡혀서 경찰서에 그 사람의 아내와 외연녀가 나란히 앉아 있을 때, 경찰들이 별 생각 없이 외모적으로 덜한 여자에게 '힘드시겠어요'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훨씬 더 아름다운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그 남자의 아내여서 다들 놀랐다는 얘기, 그리고 재력이 있는 남편을 두고 있는 여자들이 매우 평범한 회사원과 바람이 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이 전부는 아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매력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또 단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없다. 아니 어쩌면 사실 사람들은 비슷한 '양'의 매력을 갖고, 비슷한 '양'의 단점을 갖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걸 보는 사람들에 따라 그 매력과 단점의 '질'이 다르게 느껴질 뿐. 그래서 그놈이 그 놈이고, 여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닐까. 다만 인생의 특정한 순간에 내가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요소가 있고, 그때는 내가 그 요소에 이끌려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때는 알지 못했던 다른 요소 때문에 헤어질 뿐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내가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요소는 변하게 되어 있고, 그에 따라 만나게 되는 사람도 달라지게 된다. '좋은 연인' 또는 '좋은 배우자'라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은 지금, 현 시점에 '나'에 달려 있을 뿐인 것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모든 사람이 '그놈이 그 놈인 것'은 아니다. 여자도 마찬가지. 위에서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그때마다 매력을 느끼고 끌리게 되는 요소가 달라지기에, "그 시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놈이 그놈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본인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다르기에,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분명 그놈이 그놈은 아니다. 활발하게 레저활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과, 조용히 책을 읽고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을 두고 '그놈이 그 놈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이 그 놈이다'라는 명제는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누군가를 너무 판단하고 비하하지 않고 '그저 지금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가 맞지 않는 사람' 정도로 이해하고,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완벽하다고 기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몇 년 후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연인 간의 문제는 때때로 상대가 너무 완벽하기를 기대하기에 발생하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어쩌면 '그놈이 그 놈이다'라는 명제는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