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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내게 맞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형의 변화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것을 느낀다. 어렸을 때는 외모, 학력 정도로 단순해졌다가 연애를 시작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조건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실을, 세상 물정을 알게 되면서 그러한 조건이 더 늘어간다. 

그러다 주위에서 너무 까다롭다는 말을 듣거나, 본인이 생각해도 이러다가는 연애를 못하겠다 싶으면 그 조건들이 다시 몇 가지로 추려지는 경향들이 있는 듯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상형이라는 것을 만들지 않고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조건을 계속 유지하다가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율적으로 봤을 때 유의미한 수의 사람들이 이상형에 있어서 그러한 패턴을 보이는 듯하다.

'내게 맞는 사람'이라는 조건

그런데 줄줄이 조건을 나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경우 그 결론은 '내게 맞는 사람'으로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한 마디는 그냥 들었을 때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것도 같고, 그러면 일단 만나봐야 알겠냐는 결론이 내려져서 그 사람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내게 맞는 사람이라는 조건은 그렇게 쿨한 것도, 까다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뉘앙스나 시각에 따라서는 굉장히 이기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내게 맞는다는 말은 내가 갖고 있는 요소들과 특징에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 사람이 얼마나 다차원적인 존재인가? 그런데 그런 모든 영역들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그리고 이 조건에 이기적인 요소가 있는 이유는, '내게 맞는' 사람이라 함은 '상대의 요소들이 내게 맞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조금만 더 나가면 '나는 상대에게 크게 맞출 필요가 없는' 사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사람들은 '내게 맞는 사람'을 찾는다고 말하거나 생각하면 상대의 조건과 특징들을 따져보게 되게 그에 상응하는 본인의 조건, 모습과 특징은 돌아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한 것도 사실이다.

사랑은, 연애는, 결혼은 '맞추는 것'

이전에도 이상형은 이상에만 존재한다는 글에서 썼듯이 특정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요소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하나의 특징을 가지면 다른 특징은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 내게 완전히 맞는 사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핏 들었을 때 그렇게 까다롭지 않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내게 맞는 사람이란 표현으로는 사실 누군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어느 정도 기간 이상 연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시점에 내게 정말 너무나도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맞춰주고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것에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실 연애, 사랑, 결혼에 있어서도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맞출 수 있는 상대인가'에 대한 것이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이 표현은 내게 맞는 사람과 큰 차이가 있는데, 이는 우선 두 사람이 완벽하게 맞지는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도 상대에게 맞추는 노력을 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내가 맞출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조건과 성향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내가 상대의 모든 것들이, 아니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것들이 수용 가능한지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으로 고민을 하게 되면 설사 헤어지거나 연애를 시작하지 않게 되더라도 상대 탓을 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상대의 모든 면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없었다고 정리를 하기도 조금 수월해지게 된다. 우리가 조금은 덜 타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는 외모, 학력, 성격, 집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방의 조건으로 따지기보다는 '내가 여기까지 밖에 수용을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인정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내 마음에게도, 상대의 마음에게도 말이다. 너는 이래, 저러해서 안된다고 하는 것보다는 몇배는 낫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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