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연애를 할 때 가장 필요한 말 세 가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그 글의 결론이었지만 그렇다면 그런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건 상대방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상대가 고맙게 느껴지면 고맙다는 말도, 사랑하는 말도 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내가 상대에게 충분해해주지 못하는 것이 대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상대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잘 갖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이 상대가 무엇인가를 해주거나, 상대가 갖추고 있는 조건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사실 누군가가 나를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하게 좋아할 이유가 있는가? 물론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더 매력적인 면도 있겠지만, 그러한 매력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그에 따라 다른 사람이 없는 부족함도 있지 않은가?
이렇듯 세상에는 어차피 완전한 상대도 없고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고,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하게 여겨준다는 것은 우선은 고마워할 일이다. 그리고 설사 그 사람이 본인에게 잘해주는 것이 호르몬 작용으로 인한 것이지 자의로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쨌든 그 혹은 그녀가 베푸는 호의는 '내가' 당연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사실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까?
사실 상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그 마음에 대해서 고맙다면, 그리고 그게 당연시되지 않는다면 이별할 때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굳이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 지난 시간 동안 나를 사랑해 준 것만으로도 사실은 고마워해야 하지는 않을까?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나를 그 사람의 인생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여겨줬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닐까?
물론, 그렇게 고마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알고 보니 나 외에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던지, 나를 특별하게 여긴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나를 만난 것이 자신의 욕구나 욕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던 것에 불과하던 경우에는 고마운 마음을 갖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한 경우까지 고마워해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같이 하기에는 그만큼 편하지 않았을 뿐이라면, 어쩌면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 생각 자체가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이며 순진하다는 것은 나도 안다.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며 두 사람의 감정 곡선이 그렇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 힘들다는 것도. 하지만 이상은 현실에서 구현될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우리 세상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조금은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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